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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셰익스피어의 고전극을 스크린에 옮기려는 시도는 오슨 웰스.케네스 브래너.프랑코 제피렐리등과 같이 빼어난 연출역량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하느니만 못한 일이 되기 십상이다.

고전극을 영화로 해석해내는 것이 그만큼 힘들고 원작의 깊이를 쫓아가기도 쉽지않다는 것이다.하물며 셰익스피어임에랴. 최근 비디오로 나온'오셀로'(컬럼비아)는 연극배우 출신 무대감독이었던 올리버 파커가 로렌스 피시번.이렌 야곱.브래너등 1급 배우들과 함께 강렬한 화면으로 재현시켰다.

이와 함께 천재작가 웰스가 만든 '오셀로'(중앙비디오데크)가 이미 나와있어 좋은 비교대상이 된다.

파커의'오셀로'는 16세기 베네치아의 위풍당당한 무어인 장군 오셀로역을 이례적으로 흑인배우 피시번이 맡았고 야곱은 오셀로의 매혹적인 아내 데스데모나로 나온다.

특히 현재 셰익스피어 작품에 관한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한 브래너는 오셀로의 심복이자 권모술수의 대명사 이아고역으로 연기자로만 활약했다.

이처럼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캐스팅으로 만든 파커의'오셀로'는 따라서 각각의 인물이 선명하게 살아나 이야기의 흐름에서 긴장감을 잃지않게 한다.

특히 모함과 질투의 인간본성을 파헤치는'오셀로' 고유의 특성을 십분 살리고 있다.

그러나 인물간 갈등과 음모를 극대화한 재미위주로만 치닫다 보니 고전극이 갖는 장중한 분위기와 완벽한 작품구성이 다소 흐트러진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또 주인공보다 브래너의 성격이 너무 강하게 부각돼 형평을 잃었다는 평도 있다.

이에 비해 웰스의'오셀로'는 52년 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바와 같이 화면만으로도 인물의 감정과 드라마의 분위기를 감잡게 하는 영화만의 힘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시민 케인'이후 웰스의 영화적 감수성이 최고조에 달할 시기라 할 수 있는 50년대에 이미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카메라 움직임과 흑백 명암의 절묘한 연출등을 보여줘 저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웰스의 무게에 눌려 다른 인물과의 긴장관계등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꾸며가는 것은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잘알려진'오셀로'의 줄거리에 얽매이지 않고 순간순간 웰스가 창작해낸 절묘한 장면들을 꼼꼼히 살펴볼 만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여럿 영화화한 로렌스 올리비에의'오셀로'는 국내에 비디오로 나와있지 않다. 채규진 기자

<사진설명>

52년 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오슨 웰스감독의'오셀로'와 이번에 새로 출시된 올리버 파커감독의 또 다른'오셀로'는 같은 원작을 놓고 새롭게 해석해내는 감독과 배우의 역량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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