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타비아니 형제감독 '빠드레 빠드로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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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아들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경쟁상대이자 뛰어넘어야 할 극복의 대상이다.특히 아버지가 극도로 억압적일 때 그 아들은 아버지에게 저항하고 대립함으로써만 자신의 유토피아를 성취할 수 있다.

21일 동숭씨네마텍에서 개봉되는 이탈리아 뉴시네마의 명장 타비아니형제감독의'빠드레 빠드로네'(Padre Padrone:아버지.주인)는'이 험한 세상에선 살아남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아들을 노예처럼 키우는 아버지와 그 폭압적인 현실을 박차고 나가 자신의 이상을 성취한 아들의 이야기를 감동있게 그려나간다.

형인 비토리오(68)와 동생 파올로(66) 타비아니형제는 이탈리아 남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소재로 전쟁과 반(反)파시즘,전통과 현대의 대립,혁명을 통한 이상사회건설을 일관된 주제로 다뤄왔으며'빠드레 빠드로네'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곧 전통적 가치와 근대화의 갈등이고,파시스트적인 지배계급과 피지배자간의 대립이며 아들의 독립은 곧 혁명의 성공을 은유한다.

이탈리아 남부의 시골 사르디니아지방의 농촌을 무대로 한'빠드레 빠드로네'는 아버지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양치기일을 하던 무지한 청년이 군에 입대하면서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고,표준 이탈리아어를 알게 된 후 고향의 사투리를 집중연구해 뛰어난 언어학자가 된 가비노 레다의 자서전을 영화화했다.

영화는 가비노가 등장,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버지가 회초리를 들고 초등학교에 들이닥치던 장면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의무교육이라는 교사의 항변에 양치기가 훨씬 중요하다며 아들을 끌고 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곧 억압적인 가부장적 질서가 지배한 우리나라와 비슷해 낯설지 않다.

60~70년대 유럽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지배이데올로기를 풍자,비판하는 진보적 영화를 만들어온 타비아니형제는 비전문배우의 기용,자연조명,로케촬영,노동계급의 이야기등을 통해 역사에 대한 은유를 시도해왔다.

영화형식면에서는 관객에게 끊임없이 영화를 보고 있음을 의식하게 만드는 브레히트적인 거리두기 기법과 그림과 음악이 생소하게 대립하는 사운드몽타주기법으로 새로움을 창조했다.'빠드레 빠드로네'는 77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비평가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이남 기자

<사진설명>

이탈리아 타비아니형제의'빠드레 빠드로네'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통해 전통과 현대,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대립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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