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철연’식 폭력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용산 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이 사태를 악화시킨 배후로 드러났다. 앞으로 도심재개발 현장의 폭력사태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선 전철연의 개입과 활동을 차단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철연은 1994년 출범 이래 재개발 현장의 폭력시위를 주도해온 전국적 조직이다. 그동안 사제(私製) 총·화염방사기까지 개발해 사용하는 등 도를 넘은 폭력적 행태를 보여 왔다. 이번에도 전철연은 폭력 농성의 모든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로변 건물 점거 계획을 세우고, 세입자들에게 농성용 망루를 세우는 방법을 예행연습시켰다. 화염병과 시너, 염산, 가스통 등 인명 살상의 위험이 있는 각종 시위장비를 준비하고 사용법을 가르쳤다.

도심재개발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개발 과정에서 피해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세입자들을 전철연 같은 조직이 선동할 경우 폭력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폭력이 조장할 사회적 불안은 경제위기와 겹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무엇보다 전철연의 폭력행위에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건물 점거를 현장에서 지휘한 전철연 회장은 6년째 수배 중인 인물이다. 그가 참사 이후 합동분향소에서 정당 대표와 만나 간담회까지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핵심 주동자를 방치한 것만 봐도 그동안 공권력이 얼마나 느슨했는지 알 수 있다.

전철연과 같은 과격 단체의 발호를 막자면 제도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도심재개발 과정에서의 보상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땅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세입자, 특히 영세 상인에 대한 보상은 늘 부족하게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상인들의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늘 분쟁의 원인이었다. 보상을 현실화하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기구도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현실에 맞는 제도적 보호장치가 만들어질 경우 철거민을 폭력 선동하는 세력이 발붙일 곳은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