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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유치해도 유쾌하다 … 게임 있어 새로운 귀향길·고향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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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데 준비물은 필요없어요. 풍선 하나로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아! 꼭 필요한 게 있네요. 마음이죠. 가족끼리 사랑하는 마음…. 중앙일보 독자인 김종민씨 가족. [한복 협찬=황금바늘·늘사랑한복]

고향·설빔·윷놀이·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설날’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어느 하나 정겹지 않은 게 없다. 그런데도 가슴을 짓누르며 다가오는 이 가볍지 않은 느낌은 무엇인지.

“시부모님이 고스톱을 너무 좋아하셔서 아들·사위 모아놓고 고스톱만 하세요. 아이들은 따로 놀고, 며느리들은 음식 챙기는 게 일이죠.” (이정혜·38·주부·경기도 성남시 서현동)

“대학생 조카까지 세뱃돈을 챙기려면 수십만원이 쉽게 깨져요. 게다가 애들한테 10만원짜리 수표를 안기는 호기를 부리는 친척이 있으면 정말 뒷골이 당기죠.”(은영수·43·자영업·서울 목동)

이뿐만이 아니다. 주차장이 된 고속도로에서 어깨를 부비며 떠나야 하는 귀향길, 차 안에서 지루하다며 몸을 비틀어댈 아이들, 고향에 쌓여 있을 일거리 걱정에 집 문을 나서는 순간 이미 신경이 곤두서버린 아내, 명절에나 한 번 만나는 형제들의 오랜만의 혼숙 등. 명절 스트레스는 도처에서 머리를 쳐들고 있다. 그래도 어찌됐건 내일부터는 설 연휴다. 설렘과 고민을 안고 고향 앞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고향 가는 길은 즐거워야 한다. 또 고향에선 한 해를 견딜 수 있는 즐거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돌아와야 한다. 명절이 끝나고 돌아온 새해는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팍팍하고 고단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게 뻔하므로. 그래서 week&이 준비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설날’.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의 이우정 작가와 머리를 맞대고, 귀향길과 고향에서 즐길 수 있는 복불복 게임을 짜봤다. 차 안에서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집에 도착하면 쌓여 있을 설거지거리를 짜증나지 않게 분배하거나 소원한 친척끼리 빨리 친해지기 위해 이런 게임을 써먹을 수 있다.

주차장이 되다시피한 고속도로에서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가는 길, 색다른 맛과 재미를 주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찾아보는 것도 그중 하나. 휴게소가 다 똑같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재미있는 휴게소를 찾아보자. 물론 고속도로 관련 상황 정보도 빼놓지 않았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 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리얼 버라이어티 설날은 집 밖을 나서 차를 타면서 시작된다. 단순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하며 가다 보면 막히는 도로쯤이야 견딜 만하다.

핸들 잡고 쿵쿵따

운전자까지 동참시키려면 도구를 사용하면 안 된다. ‘말도 안 되는 쿵쿵따 게임’은 그런 점에서 딱 적당한 놀이다. 끝말을 이어가는 게 ‘쿵쿵따’지만 이 게임에선 제목처럼 ‘말이 안 돼야’ 한다. 가령 ‘카케칵’이라고 뜻없는 단어를 누군가 시작하면 다음 사람들도 ‘칵팔척’ ‘척빠깍’ 식으로 이어나가는 것. 게임을 하다 보면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게 오히려 더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귤을 이용한 홀짝 게임도 차 안에서 할 수 있다. 자신이 깐 귤의 쪽수를 짝홀로 알아맞히는 것. 가장 많이 틀린 사람이 휴게소에서 먹을 것을 사게 하자.

휴게소 복불복

복불복 게임을 여기에서 시작해도 좋다. 방송처럼 호빵·붕어빵 등에 미리 다른 것을 넣어 준비할 순 없다. 대신 김밥을 살 때 만드는 사람에게 고추나 겨자를 듬뿍 넣어달라는 식의 부탁은 가능하다. 매운맛을 골라잡는 한 명이 밥값을 쏠 것.

복불복이 번거롭다면 조금 ‘지능적’인 놀이가 있다. 가위바위보나 나무젓가락 뽑기로 음식 먹는 순서를 정하는 것. 나무젓가락의 길이를 각각 다르게 잘라 순서를 정하면 된다. 먹을 것을 숟가락질 한 번으로 먹는다는 규칙은 정해 놓되 양은 정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걸린 사람은 못 먹을 수도 있다는 게 이 게임의 묘미다.

라이프 스타일이 제각각인 부모·형제들과 지내야 하는 명절은 식사 준비, 잠자리, TV 시청 어느 것 하나 내 집같이 편할 리 없다. 이럴 때 게임으로 불편한 마음을 털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 복불복 게임은 규칙이 단순한 데다 보는 사람까지 집중도가 높아지는 게 특징이다. 팀을 짜 게임을 한 뒤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벌칙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주부들의 명절증후군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주의할 점은 ‘독한 방송’처럼 먹을 것에 겨자나 까나리 액젓을 넣었다간 속탈 나는 이가 생길지도 모른다.

만두 복불복 만두가 게임의 소재다. 특정 만두에만 대추를 넣어둔 뒤 그 만두를 먹는 사람에게 경품이나 용돈을 주는 것(사진). ‘설거지 면제’ 등의 혜택이 돌아가도 좋다. 만두를 빚을 때부터 미리 공지하면 식사 시간이 더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세뱃돈 복불복 아이들에겐 명절이 ‘한 몫’ 챙기는 날이다. 하지만 줄 사람이 여럿인 어른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이럴 때 세뱃돈 주기를 복불복으로 바꿔보자. 일단 어른들이 세뱃돈을 모두 모으고, 미리 봉투에 5000~1만원씩 차이나게 넣어두는 것. 세배를 마친 아이들이 심사숙고해서 골라잡는 광경은 ‘돌잡이’만큼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정정당당 설거지 명절 때 설거지만큼 고민거리가 있을까. 하면 억울하고, 안 해도 눈치 보이긴 마찬가지다. ‘시누이는 얌체’ ‘우리집 남자들은 왜 안해’ 같은 뒷말도 한 번씩 나오게 마련이다. 이젠 뒤탈 없이 정정당당 게임으로 승부해 보자. 설거지 양이 많을 땐 팀으로 나눈다. 남녀·가족별로 짜도 좋고 며느리 대 딸, 아들 대 사위로 나눠도 무난하다. 방송에서처럼 ‘유자 빨리 먹기’를 시도해 볼 것. 달콤새콤한 디저트라지만 배 부른 상태라 쉽지 않는 게임이다. 개인전으로 한다면 식초를 넣은 수정과, 소금 넣은 식혜를 만들어 ‘설거지 당첨용’으로 제조하면 된다.

마당에서 ‘야생 버라이어티’ 논밭에 널린 나뭇가지, 주머니 속 성냥을 가지고도 즉흥적인 놀잇감을 만든다. 그들을 본따 모처럼 창의력을 발휘해 놀아볼 기회다. 다음은 몇 가지 놀이 사례.

돌탑 쌓기. 한 사람이 높이 쌓는 게 아니라 돌아가며 한 번씩 돌을 놓는 방식이다. 누구 순서에서 돌탑이 무너질지 아슬아슬하다. 연탄을 쓰는 시골 집이라면 타고 남은 연탄으로도 대체 가능하다.

신발 날리기도 은근히 승부 근성을 자극하는 게임. 목표 지점에 가장 가깝게 던지는 사람이 우승자다. 단순해 보이지만 정확성과 운동신경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번 해도 지루하지 않다.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 ‘코 잡고 10번 돈 뒤 던지기’로 바꿔볼 것.

단체 줄넘기도 해볼 만하다. 가족 중 서먹했던 사이도 어느새 친숙해진다. 하다 보면 박자를 못 맞추고 발이 걸리는 ‘블랙홀’도 나타나게 마련. 평소 속 긁는 소리 좀 했던 어르신이라면 가볍게 ‘핀잔’ 주기도 쉬운 기회다.

아는 척 퀴즈쇼 방송에선 잘난 척·아는 척 했던 연예인들이 실제로 얼마나 무식한가를 보여주는 게 포인트였다면, 가족 게임에선 매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다는 ‘엄친남’ ‘엄친녀’의 실체를 밝힐 기회다. 퀴즈는 어른과 아이들이 각각 내면 된다. 교과서나 신문에 나올 만한 문제도 좋지만 찍어서 맞히는 질문도 상관없다. 가령 어른은 ‘미국의 새 대통령 나이는?’ 같은 질문을, 아이들은 ‘소녀시대 멤버는 몇 명?’ 같은 식으로 질문을 만들면 세대 간 관심사를 알게 된다.

엠티 같은 잠자리 여럿이 끼어 자야 하는 것도 명절의 불편함이다. 가장 좋은 이불, 따뜻한 방을 놓고 게임을 하면 억울함이 덜하다. 가장 간단한 건 부침개 복불복. 먹다 남은 부침개를 야식으로 삼으면 된다. 일반 양념장과 식초를 팍팍 넣은 양념장을 만들어 찍어 먹는 식이다. 단 식초 양념장을 먹고도 뱉지 않고 참아내면 벌칙을 주지 않을 것.

또 복불복 게임은 아니지만 잠자리에서 할 만한 놀이 중 하나가 실내 숨바꼭질이다. 방송에 나온 이후 실제 엠티에서도 활용하는 이들이 많다. 술래만 담요를 뒤집어 쓰고 나머지는 방 어딘가에 자리 잡는다. 술래는 앞이 보이지 않은 상태로 소리·냄새·움직임을 감지해 사람들을 찾아내는 놀이다. 처음 술래는 부침개 복불복에서 정해도 좋고, 공기 한 번에 많이 잡기, 간지럼 오래 참기 등으로 고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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