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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동中.高 인성교육프로그램 효과 '문제아'도 과정마치면 모범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그동안 수업시간마다 떠들거나 만화를 보는등 딴짓 한다며 선생님들의 꾸중을 도맡아 듣던 중동중 3년 K군은 이제 더이상'문제아'가 아니다.

얽히고 설킨 집안 문제를 생각만 해도 골치가 지끈거리고 화가 치밀어오르는 탓인지 도대체 뭐든 잘 해보고 싶은 생각도 없고,장차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도 없던 자포자기의 수렁에서 헤어난 것이다.

“'어깨동무교실'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자아 존중감과 집중력이 한결 높아졌습니다.스스로 상담실을 찾아와 자신의 진로문제를 상의할 정도니까요.수업시간에 괴성을 지르던 이상행동도 없어졌습니다.” 이 학교 이승재 상담교사는 인성교육프로그램인'어깨동무교실'을 통해 사춘기 청소년들이 교사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느끼고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는다고 전한다.

지난해 2학기부터 시작된 4개월 과정의 이 프로그램 참가자는 스스로 자아 정체성이나 학습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3학년생 20명. 방과후 또는 매주 금요일 담임교사와 상담하는 시간을 이용해 자신의 장점이나 자신있는 과목 알아보기,음식 만들기,장애인복지관.무의탁노인 복지시설을 찾아가 빨래하고 어깨를 주물러드리는등 봉사활동을 한다.

일상적 학교생활에서는 체험하기 어려운 활동을 하며 서로 어울리는 사이 닫혔던 마음이 스르르 열리고,미처 몰랐던 자신의'썩 괜찮은 점'도 발견토록 하는 것이다.

중동고에서는 근신.정학등의 징계처분을 받은 학생들을 위한 3개월짜리 선도프로그램'푸른교실'을 운영한다.

참가 학생들은 매달 한차례 훈화교육을 받고 지도교사와 함께 등산한다.수업이 시작되기 전 30분씩 청소하는 교내봉사,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분류하거나 두레마을에 가 농사를 돕는 사회봉사활동을 한다.

법원에 가 판사와 이야기도 나누고 방청석에 앉아 재판하는 과정도 지켜본다.또 정학처분을 받은 학생이라면 방학기간중 꽃동네에 가 봉사해야 한다.이같은 3개월 과정을 제대로 마치면 징계처분이 한단계씩 감면된다.

즉 근신처분 기록은 말소되고 유기정학은 근신,무기정학은 유기정학으로 한단계씩 낮춰진다.

“학생과 교사가'인간적'으로 만나 서로 이해하게 되면 기대 이상으로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사실 생활부에 불려오는 학생들은 거의 정해져 있다시피한데 지난 학기에'푸른교실'을 수료한 30명 가운데 계속 생활부를 드나드는 학생은 3명뿐이거든요.” 중동고 생활부장 양승광 교사는 여러모로 실수하기 쉬운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잘못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설명한다.

인성교육을 유난히 강조하는 중동중.고는 이밖에도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중동중은 삼성생명 사회정신건강연구소와 공동으로 청소년문제 예방을 위한 3년 과정의 인성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 교우관계와 사회성을 집중적으로 다뤘고,이번 학기에는 음주.흡연.약물남용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다음 학기에는 성교육,98년에는 공부 스트레스와 진로및 가치관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중동고가 체벌을 없애기 위한 대안으로 지난해부터 실시중인'지도카드제'도 차츰 정착되고 있다.무단외출 3점,명찰.배지를 달지 않거나 복장위반은 각 1점,담넘기 7점,교사에 대한 무례한 언행이나 두발불량 각 1~5점,음란물 소지 3점을 준다.벌점 합계가 15점이 되면 근신처분하는 이 제도 덕분에 비교육적인 체벌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양교사는 전한다.

김경희 기자

<사진설명>

중동중의 인성교육프로그램인'어깨동무 교실'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도교사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다.4개월 과정의 이 프로그램에는 3학년생

20명이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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