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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사건은폐 의혹 - 이석씨 폭행치사 현장 말끔히 치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총련 대학생들의 이석(李石.23)씨 상해치사 사건 수사가 한총련 지도부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축소 기도에 부닥쳐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5일 자진출두한 권순욱(權純郁.24.건국대 농화학과4).이호준(李鎬駿.21.건국대 부동산학과3)씨등 2명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權씨등은 경찰 조사에서“사건 당일 오후11시부터 다음날 오전2시까지 조사를 벌였으며 李씨가 처음에는 프락치임을 인정했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해 경찰 진압봉으로 수시로 李씨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또“폭행에 가담한 학생은 2명뿐이며 한총련 지도부는 사건 당시 시위현장에 나가 아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숨진 李씨의 몸 전체에서 40%이상의 피하출혈이 나타난 것으로 미루어 폭행가담 학생이 최소한 3~4명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조작.축소의혹=한총련측은 5일 낮12시10분쯤 자진출두 형식으로 辛모(22.한양대).金모(20.연세대).吉모(24.여.한양대졸).吳모(21.한양대).金모(22.한양대)씨등을 성동경찰서에 보냈다.

이들은 그러나 사망 경위에 대한 경찰조사에서 모두 범행관련을 부인했다.

辛씨등은 말을 맞춘듯 한결같이“학생들이 李씨를 사건현장인 교지편집실로 끌고가는 것은 보았으나 폭행 장면을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자진출두한 權씨등이'2명 범행'을 주장하고 있으나 李씨 신체표면의 40%에서 피하출혈 흔적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로 미루어 폭행가담 학생이 최소 3~4명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총련은 그러나“핵심 간부들이라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조사받겠다”는 발표와는 달리 신변보장등을 요구하면서 간부등 관계자들의 출두를 미루고 있다.

◇증거인멸=경찰은 현장감식과 증거보존을 위해 5일 오전5시쯤 한양대 학생회관에 수사관을 보냈으나 학생들이 방을 말끔히 치워놓는 바람에 아무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숨진 李씨의 옷가지와 쇠파이프.각목.유인물.시위용품등이 공소유지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학생들이 증거를 모두 없애 수사에 애로를 겪게 됐다.

◇경찰수사=경찰은 이날 자진출두한 權씨와 李씨등 2명을 상대로 철야조사를 벌여 숨진 李씨의 자세한 사망경위와 추가 가담자를 가려낼 방침이다. 고정애.고수석 기자

<사진설명>

한총련 소속 대학생 2명이 5일 오후 서울성동경찰서 사근파출소에서 이석씨 상해치사사건과 관련,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다.이중 1명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황급히 우산을 펴 얼굴을 가리고 있다.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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