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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과 대안] 9. 原電문제 해법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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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참석자

▶김태호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
▶이용수 사단법인 과학독서아카데미 회장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경영혁신부장

원전이 갖는 사회적 효용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원전은 우리 사회에 피할 수 없는 난제를 던져주고 있음도 분명하다. 바로 핵폐기물 처리 문제다. 굴업도.안면도를 거쳐 지난해 부안 사태를 통해 우리는 핵폐기물 처리의 사회적 갈등 비용이 얼마나 큰지를 절감했다. 하지만 그 갈등이 재현될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과연 원전 문제 해결, 그 해법은 없을까. 함께 모색해본다. [편집자]

▶사회=우리의 에너지정책 차원에서 원전은 어떤 의미가 있나.

▶이종호=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 에너지의 원료수입 비중은 3% 정도밖에 안 된다. 그만큼 에너지 자립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석광훈=하지만 원자력의 대체효과는 전력 분야에 국한된다. 따라서 원전을 아무리 늘린다 해도 우리의 전체 석유수입 의존도를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용수=세계적 수준에서 화석연료가 이미 한계를 드러낸 이상 원자력 이용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원자력은 이미 우리가 확보한 기술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사회=실제로 원전은 경제적인가.

▶이종호=원자력은 생산비용이 싸다. 단가로 따지면 석유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절반으로 유연탄과 비슷한 수준이다.

▶석=물론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우라늄은 가격이 비교적 싸고 매장량도 충분하다. 그러나 원전의 경우는 생산비용이 아니라 사후처리 비용이 더 문제다. 선진국들이 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나. 사후처리에서 사회적 합의도 어렵고 기술적인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태호=정부와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지난번 부안 원전센터 부지선정에만 4000억원씩이나 쓰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런 맥락에서 실제 원전건설과 유지관리 비용보다 사후처리와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부담이 오히려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원전 대신 재생 가능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투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바람직하다.

▶사회=대체에너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고,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나.

▶김=국제적 기준에서 대체에너지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수력.풍력.태양력 등을 말한다. 물론 원자력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석=미국과 유럽에서는 수소 에너지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2030년대가 되면 수소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비중의 30~50%까지 충당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석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소 에너지 등 대체에너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항목이 될 것이다.

▶이종호=수소 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의 필요에 공감한다. 하지만 수소는 어떻게 만드나. 그것 역시 공짜가 아니다. 더구나 대체에너지의 모범국인 독일을 봐도 전력생산의 8%만을 수력.풍력 등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전력 수요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선 원전 활용이 불가피하다.

▶사회=그렇다면 원전은 안전한가.

▶이용수=원전의 안전도를 따지는 첫 척도가 비상정지계수다. 고장이나 사고 등 비상시 정지하는 횟수를 말한다. 우리는 원전 한 기당 연 0.7회 정도다. 미국 수준이다. 가장 좋은 나라는 일본인데 0.3~0.4회 정도다.

▶이종호=달리 말해 우리 원전의 고장정지율은 1년에 1회 이내다. 현재 우리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원전 운영 최우수국으로 상도 받았다. 그런 만큼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

▶석=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엔 원전건설기관과 원전관리 및 안전규제기관이 다르다. 그래서 상호 견제와 점검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문제가 야기돼도 안에서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울진 앞바다에서 진도 5.2의 강진이 있었을 때도 울진 원전이 진도 6 이상에서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지진으로 인한 영향은 일정 시간이 경과된 뒤 나타날 수도 있다. 더구나 원전 폐기물은 1만년 이상 독성이 지속되는 것도 많다. 과연 이것들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사회=그래서 원전센터, 즉 핵폐기장 문제도 시끄러운 것 아닌가. 과연 해법은 있나.

▶이종호=정부와 한수원은 지난해의 부안 사태를 거울삼아 보다 투명하고 적법한 절차를 밟으려 하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말까지 경북 울진, 전북 고창, 전남 완도, 인천 강화 등 전국 10여곳에서 원전센터 유치신청을 했다. 이들 신청지역에 대해선 원전센터 건설의 타당성 현지조사를 수행함과 동시에 9월 중순까지 지자체의 승인절차를 거친 뒤 11월 말까지 주민투표를 통과한 지역에 한해, 12월 말까지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지가 선정되도록 돼 있다.

▶석=주민투표로 최종 부지를 선정한다 해도 사회적 갈등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원전센터라는 이름의 핵폐기장 부지선정에 앞서 어떻게, 어떤 기술로 핵폐기물을 처리.저장.관리할 것인지가 먼저 결정돼야 한다. 이 부분이 논의에서 빠져 있다. 방사선에 노출되었던 피복.장갑 등 중저준위 폐기물은 지금처럼 원전부지 내에서 보관해도 문제가 없다. 문제는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이다. 따라서 고준위 폐기물 처리방법에 대한 보다 분명한 결정이 있은 뒤 핵폐기장 부지선정 작업을 하는 것이 순서다. 캐나다의 경우에도 1970년대부터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을 도입하고 관련 연구를 하면서 30년 넘게 준비해 오고 있지 않는가. 그들도 핵폐기장 부지 선정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이후로 미뤄뒀다.

▶이용수=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의 처리문제는 대부분의 나라가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그냥 버려야 할지, 재활용해야 할지도 아직 기술적으로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 문제는 우리도 2016년 이후 생각해 보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피복.장갑 등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마저 늦출 이유는 없다.

▶김=가장 문제가 되는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 처리를 어떻게 할 건지도 결정이 안 된 상태에서 구태여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을 앞당겨 짓자고 하는 이유가 뭔가. 그런 앞뒤 없는 핵폐기물 처리방침 때문에 불필요하게 사회적 갈등이 촉발되는 것이 아닌가.

▶이종호=중저준위 폐기물은 지금처럼 원자력발전소 내에 보관해도 무리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원전센터를 건설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원전의 중저준위 폐기물을 한데 모아 집중관리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지금처럼 원자력발전소 내에 보관하려면 발전소 내에 새로운 부지가 계속 필요한데 그것이 부족하다는 게 현실적 이유이고, 둘째는 원전센터에서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비용도 싸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김=단지 그런 이유 때문에 4000억원 이상을 별도로 투자해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 부지를 선정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굴업도.안면도부터 시작해 지난번 부안 사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원전센터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겪었던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사회=정부와 한수원에서 건설하려는 원전센터는 단지 중저준위 폐기물만 보관 처리하는 것인가.

▶이종호=그렇다. 물론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도 일부 보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원전센터에 영구 보관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일시적 보관이다.

▶석=좀 솔직하자. 중저준위 폐기물만 원전센터에 넣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도 함께 넣겠다는 것 아닌가.

▶이종호=2016년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처리방침이 결정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김=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이 원전센터에 안 들어온다는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에 핵폐기장 부지 신청을 낸 곳의 사람들에게 지금 우리가 토론하는 내용을 포함해 원전센터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주고,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다시 수렴해야 한다. 그냥 무작정 안전하다며 지원금으로 현혹할 문제가 아니다.

▶사회=그렇다면 시민단체 측은 원전센터 부지 선정 및 유치 절차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보나.

▶석=그렇다. 방사성 폐기물은 생활쓰레기 매립지를 찾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한수원이 하는 방식은 생활쓰레기 매립지를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역 주민들에게 원전센터의 실체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지원금을 미끼로 부지 선정만 획책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사기다. 이런 상황에서 유치 신청을 받아 형식적 절차만 밟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거듭 강조하지만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 처리에 대한 분명한 기술적.정책적 대응방안이 마련되기 전에 핵폐기장 부지 선정부터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종호=일에는 단계와 우선순위가 있다. 고준위 폐기물은 기술상 검토할 문제들도 있기에 2016년 이후로 미뤄둔 것이고 우선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부터 하자는 것인데 이것 자체를 발목 잡는 것은 아무 일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김=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지금 유치 신청을 전국의 몇 군데에서 받든 관계없이 현재의 추진방식은 어차피 부안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정리=권근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 박군철 서울대 교수 원자력핵공학

[원전 이용 늘리자] 高유가 대응하려면 원전 비중 더 높여야

요즘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치솟는 유가를 보면서 우리 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로 가슴이 짓눌리는 것이 현실이다. 에너지의 블랙홀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 발전을 감안하면 2020년, 길어야 2030년엔 제3의 석유파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을 그냥 기우라고만 흘릴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우리는 에너지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구조로 인해 유가 파동 때마다 엄청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국내 전력의 40%를 원자력 발전으로 공급하고 있어 전기생산 분야에서만은 고유가로 인한 영향이 별로 없다.

원자력은 에너지원 중 원료비가 가장 저렴하고 가격 변동이 적으며 이산화탄소 방출이 거의 없어 기후변화협약에도 대처할 수 있다.

특히 원전은 연료 수급에 문제가 없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에너지원이다. 우리의 경우 지정학적 여건으로 인해 자급자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에너지 안보는 절대적이다.

지난 25년간 축적된 우리의 원전기술 능력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고 미국.중국.대만 등에 플랜트와 운영기술을 수출하고 있으며 최근엔 중국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선진국의 예를 들면서 원전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핀란드가 원전 건설을 승인했고, 네덜란드.스위스는 원전폐기 법안을 부결했거나 폐쇄 계획을 철회했으며, 독일도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키로 했으나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고 일본도 우리보다 세 배나 많은 원전을 운영하면서 원전을 계속 건설하고 있다.

미래에는 차선이나 현재로선 최선인 원자력의 이용을 이제는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 시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피할 수 없는 고유가 시대를 대처하기 위한 우리의 지혜가 아닐까 한다.

박군철 서울대 교수 원자력핵공학

▶ 김종달 경북대 교수 환경경제학

[원전 의존 벗어나자] 원전은 反환경적 대체에너지 주력을

석유가격이 급등하면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갑자기 대체에너지론자로 둔갑해 매스컴에 원자력의 필요성을 선동하는 원자력계 사람들의 등장이다. 하지만 원자력은 대체에너지원이 되지 못할 뿐더러 반환경적이고 사회적 비용도 비싸다. 원자력은 대안이 못 된다.

석유 위기는 반드시 오게 돼 있다. 유전 발견은 줄어들고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장량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일시적 공급 중단이나 단순한 가격상승 문제가 아니다. 이미 본격적인 석유전쟁이 시작됐다.

오늘 우리가 선택하는 에너지의 방향은 미래를 결정짓기 때문에 중요하다. 에너지 절약, 효율성 제고와 신재생 에너지 확대보급을 위한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보일러.냉난방 기기.전동기 등 주요 기기의 효율만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도 2020년 기준 29% 정도의 수요를 줄일 수 있다. 풍력.태양 등 신재생 에너지 보급도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 이상 급증하고 있다. 우리는 2011년 5%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투자 지원과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그동안 차별적 특권과 집중적 투자로 유지됐던 원전의 추가 건설은 중단돼야 한다. 원전이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다.

원전 자체의 안전성.환경성.사회정치성 등은 차치하더라도 경제성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원전 해체 비용과 핵폐기물 유지관리 비용만 보더라도 그렇다.

건설비의 2% 정도를 책정하고 있으나 아직 어떻게 해체할지도, 폐기물을 어디에 어떻게 처리할지도 모르는 상태의 비용계산을 신뢰하기 어렵다. 먼저 추가 건설을 중단하고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의 시급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유가 급등은 근본적인 고갈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석유가 싼 가격으로 자유롭게 공급될 수 있게 됐다고, 핵폐기물이 어느 섬에 버려지게 됐다고 안도하는 삶, 즉 페르시아만의 유전이나 원자력에 운명을 걸고 사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김종달 경북대 교수 환경경제학

▶ 정진홍 논설위원

[사회자 메모] 원전센터 관련 '발목 잡지 말라' 신경전

정부와 한수원에서는 부안사태를 교훈 삼아 좀더 민주적이고 주민 참여적인 원칙에 따라 원전센터, 즉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부지 신청을 받기로 해 지난 5월 말을 기준으로 전국 10여곳에서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원전센터의 부지 선정이 시급한 게 아니라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 처리에 대한 기술적.정책적 기준과 방침을 정하는 게 순서라면서 원전센터의 부지 선정 움직임 자체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환경단체 등은 십수년을 끌어온 핵폐기장, 즉 원전센터 부지 선정 문제를 계속 밀어붙이기보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원전센터가 뭘 하려는 곳이고,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솔직하고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수원 측에서는 이미 주민의 의견을 존중해 엄정한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이상 더 이상 발목을 잡지 말라는 입장이다.

이런 대립구도 속에서 지난해 부안사태의 뼈아팠던 교훈은 마치 수증기처럼 증발해버린 채 새로운 제2라운드 대결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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