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중국다시보기>上. 클린턴 최대 골칫거리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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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에 중국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72년 미.중 수교이후 첫바람이 일고 80년대말 옛소련 몰락때 불었던 이래 10여년만에 다시 부는 '중국풍(中國風)'이다.이번에 부는 바람은 제법 거세다.게다가 방향을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미국의 권위와 위력에 대한 암묵적인 또는 노골적인 도전의 중심에는 중국이 자리잡고 있다.냉전종식뒤 세계질서 재편과정에서 맞부닥칠 수밖에 없는 미.중 갈등의 요체는 무엇인가.또 미국내 중국 논의는 어떤 내용을 띠고 있는가.두번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클린턴 2기 정부의 최대 골칫거리는 중국문제”. 최근 미국의 대외정책을 다루는 실무자들이 서슴없이 내뱉는 말들이다.요즈음 중국을 쳐다보는 미국의 시각은 복잡하기 이를데 없다.

과거 냉전시절 미국은 소련견제라는 전략적 목표를 위해'중국 감싸안기'에 주력했다.그러나 이제는 다르다.중국은 대외적으로 미국의 외교행로에 수시로 제동을 걸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역역조나 정치헌금 스캔들등 안팎으로 미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은 그만큼 정치.경제.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의 힘이 만만찮은 기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중국경제는 90년대 들어 연평균 10.1% 성장했고 지난 10년간 미.중 교역은 6배로 증대됐다.이 와중에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폭은 지난 한햇동안만 3백95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들어 미.중관계는 더욱 밀접하게 얽혀들 전망이다.한마디로 양국의 장래를 결정할 만한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한데 몰려있다는 얘기다.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속에서 진행되는 최혜국(MFN)대우 논의,홍콩반환,그리고 올 가을로 잡힌 양국정상회담이 기다리고 있다.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논의도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중국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미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은 전혀 예기치 못한'복병'.지난해 대선과정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의회 일부의원들의 재선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정부가 미국내 중국계 기업과 존 황등 중국계 인사들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대중정책을 둘러싼 미국내 논의는 이미 뜨겁게 달궈진 상태다.상원은 3일 클린턴 대통령이 결정한 중국에 대한 MFN 1년 연장문제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연장안의 의회 통과가 유력시됨에도 불구하고 MFN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가지다.우선 7월1일 반환되는 홍콩의 장래와 관련,중국의 태도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의회내 일부인사들은 MFN 관련 의회의 최종결정을 중국의 대(對)홍콩조치를 지켜본 뒤로 미루자고 주장한다.중국의 대미무역흑자폭이 지난해 3백95억달러로 급격히 증대되자 중국에 대한 MFN 지위부여가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내 최대자동차노조인 UAW는 GM사등 미국 주요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설치함으로써 미국 노동자들의 실업사태를 촉발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삐걱거리기는 하지만 미국의 대중정책 방향은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론이다.이제 미국관리들이 주장하는 정책기조는 단연 대중관여 정책이다.중국과의 접촉확대를 통해 국제사회의 규범을 따르는 책임있는 일원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중국을 고립시킬 경우 중국을 민족주의와 군사현대화에 대한 집착으로 몰아갈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가 최근 비공개회의에서“대중국 관여가 전술적 차원의 행보라면'편입'은 궁극적인 전략목표”라고 밝힌 것은 클린턴정부의 대중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따라서 최근 미국내에서 일고 있는 중국논의의 핵심은 관여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가를 살피는데 있다.

앞으로 미.중관계의 방향과 이에 따른 미국의 대중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는 홍콩반환과 올해중 예정된 미.중정상회담이다.덩샤오핑(鄧小平) 사후 중국지도부가 자신들의 장래와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군부와 당 관료들간의 갈등을 여하히 조정할 것인지 등도 앞으로 미.중관계의 전개방향을 예측케 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사진설명>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장쩌민 중국국가주석이 지난 96년 11월 필리핀 수비크만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에 참석,악수를 하고 있다.미국내에서는 그러나 중국의 미대선자금 의혹개입등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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