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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월간 '현대문학' 비평란 새 바람 - 칭찬一色탈피 따끔한 비판 제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선방(禪房)에는 참선중 졸거나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스님에게'딱'소리 나게 내리쳐 제정신 차리게 하는 죽비라는게 있다.이 죽비가 이제 문단에도 들어왔다.내용과 형식을 일신해 선보인'현대문학'6월호는 인정이나 의리,상업성에 이끌려 좋게 좋게만 나가는 기존의 평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죽비소리'라는 난을 마련했다.5~6명의 평자가 공동집필하는 형태를 취한 이 난은 출간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가차 없는 비판도 가해 칭찬 일변도에 취한 문인들을 깨워나가게 된다.

이번 6월호에서는 이문열씨의 장편'선택',최명희씨의 장편'혼불'등이 죽비를 맞았다.4백년전 정부인의 현모양처형 삶과 목소리를 빌려 요즘 여성들을 반성케 해 여성주의자들로부터 논란을 부르고 있는'선택'을'죽비소리'는“소설이라기보다 매우 근엄한 논리적 외관을 갖춘 작가 특유의'내림굿'의 현장”이라고 내리쳤다.

이어“확신으로 가득찬 이'소설'에는 여운이 없다.침묵도 여백도 없다.진정한 고뇌도 의문도 없다.오직 있는 것은 본뜨기 어려워 그저 우러러 보일 뿐인'본보기'와'선택'과 일방통행의 꾸짖음,그리고 은폐돼 있으나 어쩔 수 없이 숨은 옷깃이 보이는 자기(가문)자랑 뿐이어서 비천한 독자들에겐 어린 시절 종아리 걷어올리던 기억이나 열패감을 떠올려줄 것”이라며'선택'을 소설로 볼 수도 없는 것으로 평하고 있다.

5부 전10권으로 출간된'혼불'에 대해서는“우리의 지난 역사와 풍속이 지니고 있던 풍속과 가치와 마음과 애환과 그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우리의 미학을 그처럼 아름답고 성실한 문장으로 그려냈다는 것은 일종의 경이였다”며 일단 상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러나 곧바로“1,2부만 진정한'혼불'일 뿐 3,4,5부는 사이비'혼불'에 불과하다”고 죽비를 내리쳤다.“청승스런 문체는 매너리즘을 벗어나지 못했고 풍속과 역사의 탐구는 지루하고 억지스러웠다.그리고 무엇보다 그 도도하던 서사의 흐름이 제 길을 못찾고 답답하게 막혀있거나 엉뚱한 곳을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한편'문학과 사회'여름호도 평집동인 명의로 실린'문학공간:1997년 여름'에서“문학과 상업주의의 밀월로 자화자찬식 평론에 빠져들고 있는 평단이 심히 치욕스럽다”며 문단과 출판사측의 자성을 결연히 촉구하고 나섰다.자타가 인정하는 한국현대문학의 종가'현대문학'과 정통문학의 아성'문학과 사회'가 명의를 걸고 내리치는'죽비소리'가 앞으로 어떻게 압력과 논란에 굽히지 않고,과대포장된 혐의가 있는 작품들의 거품을 거둬내며,올바른 평단 풍토와 서평문화에 기여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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