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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서 뽑은 '불가사의' 장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젊은 세대의 시니컬한 유머의 텃밭인 PC통신 유머방이 영화와 방송 드라마의 상투성을 그냥 둘리 없다.클리셰에 대한 조소로 대표적인 PC통신 유머가'마징가 Z의 다섯가지 불가사의'. 첫째,마징가 Z가 공격받으면 조종사 철이도 고통속에 비명을 지른다.

둘째,항상 약한 무기로 공격을 시작해 신나게 맞은 후에야 비로소 고성능 무기를 사용해 적을 한방에 무찌른다.“으윽,이렇게 된 이상 레이저포를 쓰는 수 밖에”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셋째,그레이트 마징가 Z의 커플로봇인 비너스의 조종사 영희는 일이 터지면 반드시 출동해 연약한 무기로만 공격하다 부상만 입는다.늘 마징가에게 부축받아야만 하는 비너스는 왜 출동하나.수리비가 더 들텐데. 넷째,비너스의 최고무기인 가슴 미사일은 최고 8발까지 발사되는데 몸체보다 미사일 부피가 더 크다.어디에 보관하는지. 다섯째,로봇과학자 김박사는 적이 올때마다“아직 신무기가 시험단계인데 어쩌나.에잇 도박이다.출동시켜”를 반복한다.결과는 항상 도박 성공. 통신인들은 방송 드라마에서 기존의 클리셰를 뺀 수정대본을 만들어 올리기도 한다.

아버지는 항상 의관을 바로한채 신문만 보고,어머니도 단정한 차림으로 과일을 깎아 아들방에 들어가고,아들은 공부만 하는 방송적 가정은 현실세상에 없기 때문이란다.

수정대본.아버지는 러닝셔츠 차림으로 앉아있다.헐렁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어머니는 텔레비전 보는 아들에게 공부하라고 고함을 지른다.아버지도 거든다.이윽고 아들방에 들어온 엄마 말씀.“이 녀석 공부는 안하고 인터넷에 들어가서 뭐 이상한 걸 보는거야.당장 꺼.” 아버지도 한 마디.“녀석,다 컸구만.”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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