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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간 문화교류단체 '크로스 비트 아시아' (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일본 규슈 구마모토에서 발행되는 여덟쪽짜리 부정기 팸플릿 잡지'베리 나이스 프레스'의 한쪽-'이상은 콘서트 보러 한국으로 2박3일 여행을 함께 갑시다''한국에 가면 반드시 다음 음반들을 사서 듣자-김광석.시나위.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이즈''팬클럽 회장이 말한다-중국의 조선족 로커 최건의 삶과 음악'. 이런 제목의 글에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해 놀랄 만큼 자세한 설명이 담겨 있다.다른 페이지엔 홍콩을 무대로 독창적인 아시아 음악권의 형성을 시도하고 있는 클레란스 호이라는 여가수가 등장한다.

뭔가 범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 이 잡지.정체는 구마모토를 중심으로 활동하고있는 동아시아 대중문화 민간교류단체'크로스 비트 아시아'의 선전지다.영역을 넘어선다는 의미의'크로스 비트(Cross Beat)'라는 말대로 그들은 대중음악을 통해 동아시아 각국간 국경을 넘나들며 가슴과 가슴으로 통하는 문화교류를 추구한다.

얼마전 서울을 다녀간 회장 가와카미 치오리(32)는“서로의 언어를 몰라도 음악 앞에서는 같은 느낌을 갖지 않느냐”는 말로 모임의 정신을 요약한다.창립회장인 재일동포3세 강신자도 함께 방한했다.도쿄대 법학부를 나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책도 쓰고 음악 프로듀서도 하고 있는 인물이다.

회원들은 일본 후쿠오카의 시민단체'우정의 다리'에서 한국말을 배우던 젊은이들과'김밥의 모임'이라는 한.일 민간교류단체 관계자등 20여명.숫자는 작지만 정신은 알차고 활동영역은 넓다.가와카미가 조용히 내민 올해 활동계획속엔 작은 소용돌이가 엿보일 정도다.

7월26일 대한해협에 있는 쓰시마섬에서 제2회'친구음악제'를 연다.록음악에서 한.일민속음악,트로트까지 연주하는 재일교포.일본인 연합밴드'도쿄 비빔밥클럽'이 강산에.임지훈등 한국가수와 공연한다.일본 포크음악의 대부 고무로 히도시등 일본가수들도 등장한다.지난해 첫 행사때는 이상은.강산에가 참석한바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떠올리는 가수 한대수.통기타로 상징되는 70년대 한국청년문화의 기수였던'물좀 주소'의 포크록 주인공을 후쿠오카로 초청해 9월27일 공연을 갖는다.혼혈아인 일본가수 마르멘 마키가 함께 무대에 선다.

서로 단절된채 각자의 음악세계를 일궈왔던 양국 음악인들을 만나게 하고 문화교류용 비상업적 공연을 엮어내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한국음반을 구하고 라이브 공연을 찍어와 함께 즐기며 라디오방송에 소개하던 사람들이 94년 강산에 일본공연때 만나 결성한 모임이 이젠 동아시아 문화교류와 상호이해의 큰 뿌리로 자란 것이다.

“아시아 각국이 미국문화는 잘 알아도 서로의 대중문화는 잘 모른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는 가와카미와 강신자.그들은 한국방문 동안 악극'이수일과 심순애'를 보고 강산에.어어부.김창완등 대중음악인들을 만나고 라이브 공연장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한국과 일본은 물론 홍콩.대만.중국의 대중문화가 결합한'동아시아 국적'의 새로운 대중음악 세상을 꿈꾸며. 채인택 기자

<사진설명>

일본 쓰시마섬에서 공연예정인 강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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