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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정수기 판매인, 몸짓.필담으로 동료의 2배 팔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입모양만 예쁘면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을 수 있어요.” 말솜씨가 능력을 좌우하는 세일즈 분야에서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 입사 2년만에 일반인의 2배에 가까운 3억원의 정수기 판매실적을 올려 화제다.

웅진코웨이개발 인천사업국 김용남(金容南.36.인천시남구주안동.사진)부장이 그 주인공.그의 영업방식은 한마디로 우직함 그 자체다.알아듣기 힘든 발음이지만 고객에게는 열정이 가득한 눈빛과 섬세한 손동작으로 보완해가며 제품의 장점을 설명한다.숫자와 같이 중요한 항목은 종이에 적어 필담(筆談)을 나누기도 한다.

함께 근무하는 신원식(申元湜.43)상무는“계약뿐만 아니라 설치와 수리때도 기사와 함께 직접 찾아가 살펴보고 처리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2~3배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전화통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휴대폰이나 호출기도 무용지물이지만 팩스를 이용해 열심히 답변하는 그의 정성에 탄복한 고객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덕분에 단골이 동료의 3배이상인 5백여명. 5세때 당한 교통사고로 인해 청각능력을 잃어버린 그는 초등학교때부터 줄곧 특수학교 대신 일반학교에 진학하며 일반인과 동일한 생활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강의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친구들의 필기에만 의존해 공부하던 그가 마음을 붙인 것이 축구. 그 덕분에 축구선수로 대학까지 진학할 수 있었고 95년까지 농아학교인 경기운보학교에서 체육강사로 근무하기도 했다.지금도 한달에 두번씩 운보학교를 찾아 축구를 지도하고 있고 오는 7월 덴마크 코펜하겐의 세계농아인체육대회에 축구코치겸 선수로 참가할 예정이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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