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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토론식 열린교육 실험 강원대 사학과 강치원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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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원 탁(圓卓)의 기사를 말하자.전설의 인물인 6세기 무렵 영국 아서왕 휘하에 있던 1백명의 기사들 말이다.그들은 상하 구별없이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무용담과 사랑의 얘기를 나눴다.이른바 원탁회의-. 강원대 강치원(44.사학과)교수는 오늘도 텅빈 원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저 원탁을 우리의 새 패러다임으로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그의 가슴은 답답하다.닫힌 교육 탓이다.5지선다형 수능시험의 어디에도 창의력은 엿보이지 않는다.그래서 논술이라는 과목이 등장했건만….이 대목에서 강교수는 더 질식감을 느낀다.

“세계 어디에도 논술이 시험과목으로 채택된 경우는 없습니다.논술과외?논술을 일반과목의 시험방식으로 도입하는게 정상인데도 별도 시험으로 치르다 보니 과외까지 등장하는 해프닝이 생기는 겁니다.독일의 콜로키움(세미나)수업처럼 교탁을 내려온 교사를 그려볼 수 없을까요.” 그냥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역사문화아카데미를 조직했다.지난 93년의 일이다.역사.문화.아카데미-.각 단어는 대화.의사소통.문답의 의미를 담고 있다.강교수는 이를'진리의 산파술로서의 토론'교육을 실천하는 장(場)으로 푼다.

한동안 구상만 거듭하다 지난해 환경을 주제로 전국고등학생 논술토론광장을 개최했다.

행사는 논문응모.구술면접.토론회로 이어졌다.마지막엔 학생.교사.학부모들이 참가한 '독서토론을 겸한 문화답사'-. 낮에는 답사하고 밤에 둘러앉아 토론하는 강행군이었다.교사들은 별도로 '원탁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을 결성했다.

“저는 학생.학부모.교사 3자의 옹골진 교육미래를 봤습니다.

이 행사의 과정과 결과를 묶어 '원탁식 아카데미 환경논술토론'이란 책자를 발간한 것은 의미의 확산을 위한 것이지요.”그는 올해 주제를 통일로 잡고 같은 행사를 진행중이다.

강교수의 신념은 간단하다.학생 한명이 열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열명이 한권의 책을 읽고 한자리에서 생각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것이다.그래야 인식의 공유가 가능해지는데 그 수단은 문답.대화.토론이다.

인식이란 외부에서 주어지는게 아니라 내부에서 열리는 것.하지만 교육현장에서 교사는 모범답안을 주입하고 학생은 그것을 암기하기 바쁘다.마지막 평가방식마저 암기상황을 체크하는 것에 그치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여기에서 일류.이류.삼류가 나뉘고-. 그는 일반토론에서 사회자의 역할이 중요하듯 교육현장에서의 토론은 교사들의 새로운 자세에서 나온다고 진단한다.

그의 말은 절실하게도 맞다.하지만 누가 기존의 일류를 포기하며 어느 정책 당국자와 학교일선의 책임자가 편안하고도 힘이 실린 '권위'를 내놓으려 하겠는가.결국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강교수는 지금 방울을 소리내 흔들고 있다. 허의도 기자

<사진설명>

원탁을 꿈꾸는 강치원 교수.대화.문답.토론식 교육만이 살 길이건만 결국엔

고양이 목에 방울걸기만큼 실현은 어렵다.아예 방울소리를 내기로

작정할만큼 그의 생각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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