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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지자체한국자본유치작전>下.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유치 (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국 항공사를 잡아라.” 국제공항이 없는 시마네(島根)현의 스미다 노부요시(澄田信義.62)지사가 수년전부터 관계공무원들에게 내려놓은 특명이다.규슈(九州).간사이(關西)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한국기업 유치전과 함께 일본열도 곳곳에서 한국 항공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동해에 면한 시마네.돗토리(鳥取)현등 주고쿠(中國)지방의 주민들 사이에는“우리를 언제까지 가둬놓을 작정인가”라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지역공항의 국제공항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다.해외로 나가려면 사람수를 채워 전세기를 빌리거나 멀리 떨어진 오사카(大阪).나리타(成田)까지 나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돈도 돈이지만 자존심도 상한다.

국제공항을 바라는 각 지자체들이 최우선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한.일노선의 확보다.지자체의 광고.이벤트사업을 전담하는 한 대형광고회사 직원은 주고쿠지방의 한.일노선 유치경쟁은'필사적'이라고 혀를 내둘렀다.각 지자체들은 운수성에 보이기 위한 실적을 쌓기 위해 서울행 전세기를 매년 수십회씩 띄우고 있다.지난 89년부터 이즈모(出雲)공항에서 서울행 전세기를 띄워온 시마네현의 경우 1년에 60회이상 1만명 가까운 주민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준 일도 있다.“지역을 위해 이번 여행에 꼭 참가하라”며 주민들을 찾아다니는게 관계공무원들의 주된 일이 될 정도다.

시코쿠(四國)섬의 작은 현 가가와(香川)는 운좋게 한.일노선 유치에 성공한 예. 지난 92년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불러들여 다카마쓰(高松)~서울노선을 개설한 히라이 조이치(平井城一)지사는 그 일로 인기가 급상승했다.시골공항이었던 다카마쓰공항은 아시아나항공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일약 국제공항으로 승격한 것이다.

일본 지자체들이 한국 항공사를 유치하는데 혈안이 된 것은 일본항공(JAL).전일공(ANA)등 국내 항공사들이 적자 가능성이 큰 지방.해외노선을 꺼리기 때문이다.나리타.간사이 국제공항을 일본의'현관'으로 삼으려는 운수성의 계산도 지자체들로선 큰 장벽이다.김포나 인천국제공항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일 운수성은 자국의 지방주민들이 해외로 나가는 통로를 서울로 삼는다는데 대해서는 달가워하지 않는다.그러나 한국 항공사들은'황금시장'인 한.일노선을 개발해 일본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명분과 항공사의 이미지홍보 차원에서 적자 위험을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덤벼들었다.물론 이면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존심 대결도 있다.

현재 일본내에서 대한항공은 12개 지역,아시아나항공은 10개 지역에 각각 취항하고 있다.그러나 일본 항공사들은'물좋은'나리타.나고야(名古屋).간사이.히로시마(廣島).후쿠오카(福岡).고마쓰(小松)등 6개 지역에서만 한.일노선 비행기를 띄운다.이중 고마쓰만이 유일하게 한국 항공사가 진출하지 않은 곳이다.그러나 최근 한국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일본 지자체들까지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한국 항공사들이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신규 한.일노선 개설을 중단한데다 기존 노선마저 중지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6월1일부터 적자노선인 오이타(大分).구마모토(熊本).나가사키(長崎)등 규슈지역의 3개 한.일노선을 6개월간 운항중지한게 대표적인 예.국제공항 승격 5주년을 맞은 가가와현은 60%정도인 좌석이용률을 흑자수준인 70%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갖은 지혜를 짜내고 있다.

현(縣)광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가 하면'어린이 국제선 탐험대'등 각종 이벤트를 만들어 어렵게 끌어들인 한.일노선을 지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21세기의 생존전략으로'국제화'를 선택한 일본 지자체들의 몸부림은 한.일노선 유치경쟁을 통해서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사진설명>

한국노선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마네현의 이즈모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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