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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대학 세워 파격 경영 16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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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진선 총장은 “대경대라는 이름을 삼성과 LG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브랜드로 키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대경대 제공]

 32세에 대경대학을 설립한 유진선(49·문학박사) 총장이 17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열정의 뿔로 위기를 뚫어라’란 자서전 성격이다. 이 책에서 그는 16년 대학 경영 소회를 적고 있다. 한동안 침묵했던 그여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그는 보궐선거가 예정된 경북도교육감 선거에 출마가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4일 경산시 자인면 대경대학 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먼저 ‘전문대학 총장’이라는 호칭을 통해 ‘변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4월 전국 180개 전문대학장 모임에서 “우리도 총장이라는 호칭을 써야 된다”는 주장을 제기한 뒤 지난 13일 마침내 국회에서 관련 법이 고쳐져 전문대학도 이제 총장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고정관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변화다.” 그는 처음 이 문제를 꺼냈을 땐 반응이 시큰둥한 학장들도 있었지만 이젠 당연한 일이 됐다는 설명이다.

교육감 출마를 생각하는 것도 변화의 연장선상이다. 유 총장은 “무력감에 빠져 있는 지역 초·중등 교육의 틀을 바꿔 보고 싶다”며 “명예가 탐나서가 아니라 그만큼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자 출신은 교장·교육장으로 충분하며 교육감은 이제 경영자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신은 지방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뮤지컬 등 예술·문화 쪽에 뛰어들어 수도권 학생이 더 많이 오게 만드는 등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 온 게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현실을 파악한 뒤 대안이 마련되면 교육감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을 지낸 강삼재 부총장을 영입한데 대해 그는 “자리가 바뀐 뒤 학교 일에만 몰두해 역시 큰사람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정치수업 운운은 전혀 아니라고 반박했다.

1997년 인기 탤런트 유동근을 교수로 첫 발탁했을 때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딴따라를 어떻게 교단에 세우느냐”며 직접 항의했다는 것이다. 스타 교수 출강은 이후 대학 교육의 한 흐름이 돼 버렸다.

재학생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출신이 60%쯤 된다. 또 서울 강남의 미용실은 이 대학 출신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에선 대경대가 서울에 있는 학교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은 가장 큰 취업 시장이다. 그쪽 출신이 많으면 취업도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 위치는 경산권에서도 가장 변두리다. 지리적으로 불리하지만 서울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 수도권 학생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변화와 파격은 이 대학의 문화가 된 듯하다. 2002년에는 사기(士氣)를 위해 비행기 한대로 전 직원이 태국 연수를 떠났다. 새해 첫날은 새벽 5시 영천 은해사에서 해맞이를 했다. 유 총장은 연구실에서 폐쇄되기 쉬운 교수들과 이따금 ‘폭탄주’로 마음을 튼다. 30대에 학장을 하면서 터득한 나름의 격의 없는 의사 소통 방식이다. 그런 것이 조직을 끈끈하게 만든 보이지 않는 힘인 듯하다.

유 총장은 “대경대가 수도권 출신 학생을 끌어들여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만큼 지역민이 우리 대학을 더 사랑하고 후원해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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