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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 참전용사, 노동운동가…보통사람들과 동행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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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호 04면

이런 사연을 들은 오바마는 랜디를 동승객으로 초청했다. 그뿐이 아니다. 오바마 당선을 위해 뛴 역사학 교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참전용사, 노동운동가 등 보통 사람들이 워싱턴행 열차에 탔다. 취임준비위에선 이들 중 적임자를 골라 오바마의 연설에 앞서 소개말을 하도록 안배했다.

열차 타고 워싱턴 입성한 오바마

열차가 멈추는 윌밍턴·볼티모어 역에선 일반 시민에게도 참여 기회가 주어졌다. 취임준비위는 이들에게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줄 통조림을 한 통씩 가져와 달라고 당부했다. 통조림은 자선단체에 전달된다. 취임식 전날이자 마틴 루서 킹 기념일인 19일엔 전국에서 다양한 자원봉사 행사가 펼쳐진다. 참여와 통합의 장(場)이다.

오바마의 이런 정치철학은 취임 후 모든 정책에 투영될 게 틀림없다. 경제위기 타개에도 마찬가지다. 조지 W 부시 시대엔 대기업·부유층 감세를 통해 경제를 진작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오바마는 중산층 이하의 실질소득을 높여 경기를 살리려고 한다. 그 대신 부시가 없애려던 상속세를 존속시킨다. 부시와 목표는 같지만 방식이 다른 것이다.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지명된 재닛 나폴리타노가 15일 상원 청문회에서 밝힌 불법 취업 단속에 대한 방향 전환은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으려는 오바마 정권의 기본 노선을 잘 보여 준다. 일터를 급습해 불법 이민자를 잡아들이지 않고 불법 고용주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슬람 테러 용의자들을 감금해 온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는 방침은 인권 존중과 함께 통합과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이슬람 국가 출신이면 일단 위험인물로 분류하려는 부시 정권의 경직된 틀을 깨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단일 패권을 휘두르던 미국의 이미지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열차 여행은 경호상 엄청난 모험이었다. 225㎞의 철로 주변 건물에서 얼마든지 오바마를 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차가 지나가는 다리·터널 등에 폭발물을 설치할 가능성도 있었다. 경호팀에서는 열차에 특수 장비를 장착해 외부 공격에 대비하는 한편 철로 주변 비행기·선박의 접근을 일절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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