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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소비자물가지수(CPI)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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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호 26면

각국 정부가 요즘 가장 신경 쓰는 게 디플레이션(deflation)이다. 디플레가 일어나면 소비자는 물건 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구입을 미룬다. 기업은 쌓이는 재고로 생산을 줄이고, 불필요한 종업원을 줄인다. 실업자가 늘어나 물건은 더 안 팔린다. 자산가격도 떨어진다.

경제 위기 땐 디플레 감지기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면 1929년 대공황 때처럼 긴 불황이 올 수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는 이런 디플레 공포의 감지기이기도 하다. 세계 경제 중심인 미국의 물가 수준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CPI에는 미국 87개 도시지역의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식음료 ▶주택 ▶의류 ▶수송 ▶의료 ▶레크리에이션 ▶교육 및 통신 ▶기타 상품 및 서비스 등 여덟 가지 소비 항목별 가격지수와 이를 망라한 종합가격지수가 있다. 또 특별지수라 해서 ▶에너지 ▶식품지수를 뺀 지수를 산출하는데 이를 흔히 ‘근원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라고 말한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은 날씨·국제유가·전쟁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쉽게 변동해 소비자물가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 교란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는 매달 14~20일 사이 오전 8시30분(동부시간)에 직전월의 CPI를 발표한다. 지난해 연간 CPI와 12월 CPI는 16일 나왔다.

지난해 CPI는 55년(-0.7%)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0.1%)을 기록했다. 지난달(12월)만 놓고 보면 전달보다 0.7% 하락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1% 하락)보다는 완만한 수준이지만 지난 10월 1% 하락한 데 이어 석 달째 하락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CPI 하락분의 90%는 휘발유 가격 하락에 힘입었다. 에너지를 뺀 근원CPI는 전달에 이어 변동이 없었다.

대공황 때인 29년의 CPI 상승률은 0.6%였다. 그러나 다음해부터는 CPI가 크게 떨어져 하락률이 30년 6.4%, 31년 9.3%, 32년 10.3%에 달했다. 글로벌 위기 원년에 해당하는 지난해의 CPI가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해서 미국 경제가 디플레의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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