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 <92> 경제 위기에 대한 기업 이사회의 책임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97호 30면

Q.많은 사람이 금융회사나 일반 기업의 이사회가 제구실을 못해 경제위기가 발생했다고 말합니다. 실제 그들이 얼마나 잘못했나요. (미국 뉴욕에서 휴고 베이트)

“이사는 수퍼맨이 아냐 … 제 몫 다해도 막지 못해”

A.결과론이기는 하지만 기업 이사회가 좀 더 과감했더라면 경제위기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였을 것입니다. 미리 말하지만 우리는 결코 이사들을 두둔할 마음은 없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이사회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맞아 많은 사람이 ‘이사들은 뭐하고 있었는가?’라며 마구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사회를 변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두절미하고 우리 부부는 이사들이 현실적인 한계 속에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주 행동주의자들은 이사들이 수퍼맨이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회사의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하도록 주문합니다. 경영진의 장부 조작까지 단박에 알아채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요.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사들은 한 달에 두서너 번 모입니다. 다른 직장 일과 적절하게 조율해 시간을 안배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들이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고 드높은 열정을 품었다고 하더라도 회사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체계적인 오류까지 잡아내기는 어렵습니다. 금융회사 내부에서 벌어지는 잘못을 발견해 바로잡도록 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외부 회계감사와 감독 당국 등이 존재합니다. 이들이 문제를 찾아내 이사회가 바로잡도록 돕지요.

이사회의 존재 목적은 다른 데 있습니다. 조직의 기강과 효율, 비즈니스 모델, 경영진의 능력과 실적 등을 바탕으로 기존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해 새 인물을 간택하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CEO 등과 솔직하고 치열하게 소통합니다. 경영진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나가고 있는지, 경영 목적을 정해진 시간 안에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를 채용해 쓰고 있는지 등을 평가합니다.

이사들은 정규 직원들과도 소통해야 합니다. 그들이 CEO의 경영 방침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지, 경영진의 말이 단순히 립 서비스가 아니라 조직을 통해 실천되고 있는지 등도 체크합니다. 이사들은 단순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아니라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안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합니다.

불행하게도 뛰어난 이사들이라도 금융위기를 유발한 첨단 금융 수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경영진이 눈이 핑핑 돌아가는 수식과 그래프를 펼쳐 보이며 신용도가 떨어지는 주택 보유자의 모기지 대출을 다시 분류해 리스크를 전가하고 높은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고 말하면 반박하기 쉽지 않습니다. 몇몇 이사들이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있지만 경영진이 가정한 손실이 너무 적다. 저금리 상황에서 거대한 가계 부채 부실화가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을 수 있습니다. 이는 경영진이 예상한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들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책을 마련해 놓았습니다”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영진이 실제 대안을 마련하지 않아 이런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사회가 그 사실을 알았을까요. 그렇지 않지요. 이사회가 문제를 알아챘어야 합니다.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사실 정도는 감지했어야 합니다. 또 CEO 등을 압박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리스크 담당 간부가 어떤 보상을 받는지를 살펴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사회는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대응하고 나섰습니다.

쓴 경험을 했기에 앞으로는 이사회가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가 제대로 된 사람들로 구성돼야 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판단해 대응할 수 있는 배짱을 갖춘 인물들이 이사로 영입돼야 합니다. 특별한 귀로 청산유수처럼 말하지만 실적이 별 볼 일 없는 간부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겉보기엔 탁월한 영업 간부지만 뒤에서 향기롭지 못한 일을 저지르는 인물도 솎아내야 합니다. 회사를 직접 경영해본 사람이라면 그런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이사회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이사회가 마땅히 위기를 막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일을 기대하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