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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뒤집은 투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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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부분의 투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사라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긴 했다. 예정에 없던 인사를 만들어 내거나 예정된 인사 결과를 뒤바꾼 ‘막강 투서’들도 있었다. 특히 이런 투서는 외교통상부에서 많이 나왔다.

대표적인 예가 2004년 초 등장한 ‘탈레반 투서’다. 청와대에 접수된 이 투서는 당시 외교부의 엘리트였던 조현동 북미3과장이 연말 회식 자리에서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을 폄훼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조 과장이 “미국을 모르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외교를 망친다. NSC 젊은 보좌관들은 탈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투서 한 장의 힘은 엄청났다. 조 과장은 청와대 조사를 받은 뒤 보직해임됐고, 당시 윤영관 외교부 장관도 부하의 ‘항명’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질됐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을 준비하던 2003년 초에도 외교부 장관으로 거론되던 A씨와 관련해 투서 한 장이 대통령직인수위로 날아들었다. “A씨가 이슬람교도여서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외교 장관으론 부적절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투서가 통했는지 A씨는 노 당선인과 가까운 사이였지만 장관이 되지 못했다.

김영삼 정부 때 외무장관 B씨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배경에도 투서가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당시 B씨는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안 좋다”며 장관직을 던졌다. 하지만 그와 관련해서는 당시 “특정 학교의 인맥을 외무부에 심고 있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으로 복무했다” 등의 루머들을 담은 괴문서가 돌아다녔다. 이 때문에 그의 사퇴를 놓고 관가에는 “개각을 앞두고 각종 투서 때문에 시끄러워질 듯하자 미리 사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많았다. B씨에 대한 괴문서가 투서 형태로 돌기 시작한 건 개각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투서 한 장으로 흥하고 망한 이들의 인생도 결국 새옹지마(塞翁之馬)다. ‘탈레반 투서’ 사건으로 지난 정부 내내 주인도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조현동 전 북미과장은 새 정부 들어 현재 청와대 행정관으로 복귀했다. 

남궁욱·임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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