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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조직개편, 단순한 게 최고 군살도 함께 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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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철학은 ‘단순한 것이 최고’와 ‘뚱뚱한 고양이는 쥐를 잡지 못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종전의 6개 총괄 조직을 두 분야로 통폐합한 조직개편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반도체·액정디스플레이(LCD)·디지털미디어(DM)·정보통신 네 사업부를 부품(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LCD)과 완제품(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 DM+휴대전화) 두 조직으로 단순화한 것.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하면서 부품 부문을 함께 맡고, 제품 부문을 총괄하는 최지성 사장은 산하의 휴대전화사업부장을 겸임한다. 이 부회장 밑의 LCD사업부는 장원기 부사장이, 최 사장 휘하의 DM사업부는 윤부근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권오현 반도체사업부장은 유임됐다. 경영지원과 기술총괄은 분야별로 나눠 경기도 수원, 충남 탕정 등 현장으로 분산 배치할 계획이다. 황창규 기술총괄 사장은 퇴임했다. 또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은 삼성카드 대표로 옮겼다. 삼성은 조직이 날씬해진 만큼 의사결정이 빨라질 걸로 기대한다.

군살빼기와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안도 강구했다. 네 사업총괄은 호황기 때 피나는 경쟁을 통해 최고 실적을 일궈냈다. 얼마나 신경전을 벌이는지 이런 일화도 있다. DM총괄이 2007년에 “플래시메모리를 애플에 공급하는 가격에 달라”고 반도체총괄에게 요청하자 “물량이 애플 아이팟만큼 많다면 단가를 맞춰줄 수 있다”고 거절했다는 것. DM총괄도 보급형 TV나 모니터용 LCD를 적잖이 대만에서 들여온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공장의 전반적인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과도한 경쟁체제가 슬슬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고 회사는 판단한다. 삼성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품과 완제품 부문을 두 회사처럼 상당히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전보다 협력과 시너지 창출에 신경을 더 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4년 반도체총괄에서 분리된 LCD총괄이 다시 부품 부문으로 한데 묶임에 따라 공동 시설투자나 기술공유가 활발해질 수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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