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 제공]
스탠 콕스 지음, 추선영 옮김, 난장이
352쪽, 1만3000원
경제용어 중 ‘제본스 패러독스(Jevons Paradox)란 게 있다.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가 영국의 석탄 소비량을 분석해 석탄사용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석탄 소비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경제성장을 자극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가 증가하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의 식물유전학박사인 지은이는 이를 석탄 대신 에너지로 바꿔,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성장’과 환경보전을 상징하는 ‘녹색’이 어우러진 ‘녹색 성장’의 허상을 고발한다. 미국과 인도의 사례를 주로 들어 급격한 발전을 이룬 의료산업과 농업을 비판대상으로 삼았다.
우선 지은이는 미국의 보건의료는 생물학적 의미에서 생명을 지원하는 도구가 아니라 경제적 도구로 더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06년 현재 미국에서 건설 혹은 개축 중인 병원 건물은 22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데 병상 하나에서 매일 4~20킬로그램의 쓰레기가 나온다. 용도 폐기되거나 기한이 지난 약물을 배출해 ‘생태적 비용’을 증가시키는데 1994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불과 몇 초만 쓰이고 버려지는 라텍스 장갑이 120억 개에 달했다고 예시한다. 또한 의료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질병 부풀리기’도 서슴지 않아 제약회사 등 의료산업의 주장대로라면 미국 성인의 90% 이상이 발기부전, 하지불안증후군, 불면증, 주의력결핍장애 등 8가지 질병 중 최소한 하나를 앓고 있는 셈이란다. 그러면서 지은이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그리고 생태에 충격을 덜 미치는 방식으로 더 나은 의학적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친환경 의료센터’란 가설일 뿐 실재하지 않는다는 충격적 주장을 소개한다.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은이는 ‘성장’을 포기하라고 제안한다. 심지어 현재 서구의 소비수준에서 80% 내지 그 이상을 절약해야, 예상되는 전지구적 기온변화와 생태계 파괴를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남아 있는 화석연료는 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없이도 번영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길을 찾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섬뜩하고, 전지구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기에 읽는 이를 답답하게 하지만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책이다.
김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