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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지구촌 방방곡곡 현지음료 밀어내며 111년 인류입맛의 신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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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콜라가 마시고 싶어요-.” 2년전 삼풍백화점 붕괴 11일만에 구조된 스무살 청년 최명석군의 첫마디는'콜라'였다.그에게 콜라는 2백50여시간의 어둠과 절망을 단숨에 씻어줄 시원함이자 삶의 세상으로 돌아와서 처음 느끼는 욕구의 다른 이름이었던 셈이다.

영화배우 심혜진의 데뷔초 별명은'콜라같은 여자'였다.여기서 콜라는 상큼함을 상징한다.지난해'모기야'라는 곡으로 주목을 끌었던 3인조 댄스그룹 이름이 콜라(Kola)였던 것도 특이하다.멤버중 얼굴이 까만 김송의 별명에서 딴 것이다.

갈증.까망.상큼함-콜라는 이런 이미지다.

그리고 콜라는 문화다.미국의 팝 미술가 앤디 워홀은 코카콜라를 소재로 문명비판적인 작품을 선보였다.상업문화에서도 예외는 아니다.20세기초까지 갖가지 모습이었던 산타클로스를 지금의'산타할아버지'로 정형화한 주체도 코카콜라다.빨간 고깔형 모자와 새하얀 수염,그 손에 코카콜라를 쥐게 해 광고 입간판에 등장시킨 것이다.

콜라는 처음 미군부대의 뒷구멍을 통해 이 땅에 발을 들여놓았다.코카와 펩시가 정식으로 선을 보인 것은 지난 56년.짙은 색깔에 대한 불안감과 터져나오는 트림으로 인해 이 낯선 음료는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그러다가 68년 6월9일 코카콜라의 한국 보틀러로 선정된 두산음료에서 1백90㎖ 병제품을 내놓아 일대 선풍을 일으키면서 사이다.오렌지 소다등 기존음료에 위협을 가했다.지금의 30~40대는 김밥에 콜라 1병을 들고 나섰던 초등학교 소풍날을 기억한다.그들은 또 삶은 계란 한줄과 콜라 1병을 들고 떠났던 입영열차를 기억한다.그리고 그들은 80년대 중반 피자와 햄버거의 맛을 만끽하도록 입안에 흘려넣은 콜라를 기억한다.

콜라 하면 뭐니뭐니해도 코크(Coke),즉 코카콜라다.우리의 경우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76%.전세계적으로도 태어난지 1백11년이 지나도록 한가지 맛으로 음료시장의 왕좌를 지키고 있다.

코카콜라는 초당 전세계에서 5천2백14잔이 팔려나간다.지난해 파리의 한 주간지는 지구인들이 가장 많이 먹고 마시는 8대 음식중 하나로 코카콜라를 꼽았다.'인류는 20세기말 코카콜라에 점령당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영국의 유명브랜드 가치평가기관인 인터브랜드그룹은 얼마전 코카콜라의 상표가치를 지구상 상품중 최고인 약 37조원으로 평가했다.코카콜라는 또 총이익의 82%를 다른 나라에서 벌어들인다.지금 이 땅에선 코카콜라를 두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다.코카콜라사가 원액만 공급하고 생산.판매는 현지업체에 맡기는 보틀러 생산방식의 관행을 깨고 직영을 선언하고 나섰고,이에 30년 보틀러업체였던 범양식품이 크게 반발한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시점일까.국내 음료업체들도 새 맛의 콜라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커피맛 콜라,탄산량을 줄여 덜 쏘는 콜라,신세대를 겨냥한 컬트콜라등이 그것이다.하지만 이들'우리맛 콜라'가'미국맛 콜라'와 한판을 벌이기는 버거워 보인다.다른 나라 사정도 마찬가지.61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페루의 풍선껌맛'잉카콜라'며 94년말 탄생초기부터 영국시장 점유율 10%를 기록했던 영국산'버진콜라'도 코카콜라와의 전쟁에서는 역부족이다.

대개 음식과 문화는 국경을 넘으면 현지화의 길을 걷는다.그러나 콜라는 이런 일반론에서 독야청청하다.이같은 독주(獨走)는 문화적.민족적 반발을 부르기도 한다.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성행중인 전통차 마시기 대회가 한 예.20년대'커커우커러(可口可樂)'란 이름으로 상륙한 코카콜라가 요즘의 중국을 휩쓸고 있는데 대한 반작용이다.60년간 코카콜라 사장을 지냈던 로버트 우드러프는“코카콜라는 하나의 종교”라고 표현했다.그의 해석을 받아들인다면 전세계인이 쉽게 마시는 콜라 1병에는 미국인의 문화와 이미지및 의식이 그대로 담겨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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