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고교 평준화 선발제 병행이냐 현행제도 고수냐 - 단계적 전환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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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한국당이 평준화 교육의 비효율성을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일부 고교에 대해 선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수요자의 선택권 확대,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찬성론과 입시경쟁을 부추겨 사교육비 가중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편집자

최근 우리 국민 대다수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의 하나로 대학입시를 위한 과도한 사(私)교육비 부담을 들 수 있다.가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교육비는 산업현장의 노사 협상테이블에서 임금인상의 원인을 제공하는 요인일 뿐 아니라 주부가 파출부를 하는 이유로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교육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므로 선택에 따르는 비용과 고통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다.그러나 입시를 위한 사교육은 자신이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나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것이다 현재 거대한 사교육 시장은 교육내용은 어찌 되었든 간에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능력과 필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그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상품을 제공하고 있다.이에 반해 학생의 능력이나 필요가 적절히 반영되기 어려운 공급자 중심의 학교교육이 사교육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공교육 체제에서도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과학고나 외국어고와 같은 특수목적고를 신설하고 있으나,더 좋은 학교교육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제한된 공급은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또한 일부 학교에서 능력별 이동식 수업이나 열린 교육을 지향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미국의 경우도 국민들의 초.중등교육에 대한 실망은 우리와 비슷하다.그러나 미국의 사립 초.중등학교는 비교적 불만의 대상이 되지 않고,다만 부실한 공립학교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최근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공립학교밖에 갈 수 없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립학교내에서 또는 사립학교를 포함해 자신이 취학하고자 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이렇게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고 재정적인 지원을 해줌으로써 공립학교를 경쟁의 틀속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올해 연두교서에서 90년대 초부터 만들어져 현재 전국적으로 약 4백여개에 달하는 차터 스쿨(Charter School:기존의 학교와 성격.교육내용.운영방식을 달리하는 일종의 대안학교)을 2000년까지 3천여개로 증설,지원하는 계획을 밝히고 예산지원을 의회에 촉구했다.이러한 노력은 인적자원개발을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고려해 학교교육을 개선하고자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 교육수요자의 강렬한 요구는 우선 다양하고 특성화된 사립학교의 출현과 발전을 가능케 함으로써 성취될 수 있다.그러므로 평준화 정책의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자립형 사립학교부터 단계적으로 자율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고교 입시의 부활이나 점수에 의해 서열화된 일류 학교가 탄생하지 않도록 학생 선발제도를 만들어야 한다.예를 들어 입학시험보다는 내신을 통하거나,중학교 성적 상위 50%내에 드는 학생중 추첨에 의해 선발하는 방법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사립학교의 활성화와 같은 시장순응적 교육정책의 도입을 통해 공교육 체제를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감으로써 학교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金兌完 계명대교수 교육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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