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일 정기전 앞둔 적토마 고정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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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유일한 한.일 정기전 멤버 아닙니까.적토마의 진면목을 보여주겠습니다.”얼굴이 몰라보게 핼쑥해진 고정운(31.오사카 세레소.사진)은 6년만에 펼쳐지는 한.일 정기전을 앞두고 특유의 자신감을 보이며 활짝 웃어보였다.

그러나 미소의 이면에는 비장함이 엿보인다.

“일본은 실력만이 통하는 사회입니다.겉으로는 모두 잘해주지만 실력이 없으면 겉치레에 불과합니다.” 이제 일본에 온지 꼭 4개월.오사카에 둥지를 튼 고는 동갑내기 주경자씨와 건국학교에 입학한 첫딸등 2남1녀와 함께 일본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고는 데뷔무대인 97나비스코컵에서 3골.1어시스트를 기록하는등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연봉도 팀내 1위. 그러나 고정운은“한국보다 훨씬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우선 가만 놔두질 않습니다.쉴새없이 훈련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견딜 수 있습니다.” J리그 진출직전 긴 머리에 물을 들여 잔뜩 멋을 낸 헤어스타일도 이전의 짧은 고수머리로 바뀌었다.

“일본축구수준은 이제 한국을 능가한다고 봐야합니다.일본은 기술.팀전술등에서 선진축구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한국축구도 빨리 눈을 떠야합니다”고정운은 최근 일본에서 벌어진 대학선발 한.일전에서 한국은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2류급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선발에 1-0으로 완패했던 점을 실례로 든다.일본축구를 경험한 고는 이번 한.일전에서 1인2역을 자처했다.

바로 차감독의 전술참모.일본축구의 특성 뿐만 아니라 선수 하나 하나에 대한 특징을 꼬집어냈다.분명 우직스럽기만 했던 한국에서의 고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제 중고참 아닙니까.후배들과 함께 멋진 경기를 보여주겠습니다.” 오랜만에 고국팬들을 만나는 고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도쿄=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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