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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비디오 단속 골머리 - 한국.미국.일본 영화들에 음란물까지 나돌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자본주의 바람'을 겁내는 북한당국은 외부사조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단속을 강화해 왔다.최근에는 외국 출판물과 라디오.오디오.외국 비디오테이프및 음악 카세트테이프 단속에 주력,해외 출장자나 보따리장수들의 입국시 몸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허울좋은 자본주의 경제발전상과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문화'가 특히 외국영화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전파된다고 보고,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사회안전부는 비디오기기를 소유한 집들을 불시에 수색한다.이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검열수법은 고의적인 정전(停電). 96년 귀순한 최수봉씨는“갑자기 정전되면 보고있던 테이프를 미처 뺄 수 없다는 점을 이용,사회안전부는 아파트에 고의로 정전시킨후 외국 비디오테이프를 가진 사람들을 잡아내곤 한다”고 말했다.

사회안전부의 정전수법에 걸려들어 비디오기기및 테이프를 압수당하는 것은 물론 감옥까지 간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비밀리에 유포되는 비디오테이프에는 일본영화와 한국영화가 포함돼 있음은 물론'애수''터미네이터''바람과 함께 사라지다''007'등 미국영화도 은밀히 돌아다닌다고 한다.심지어 북한당국이'자본주의의 썩은 문화'로 간주하는 음란영상물까지 비밀리에 복제돼 유통되고 있다.93년 귀순한 윤웅씨는“젊은이들중 논다는 사람치고 포르노테이프를 한번이라도 보지 못하면 바보 취급당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돌아다니는 비디오테이프들은 대개 중국의 단둥(丹東)을 통해 유입된 것이나 해외출장자.간부자녀.북송동포들의 손을 거친 것이다.

북한당국은 91년 이후'비사회주의 그루빠'라는 것을 만들어 신의주.평양.해주등 주요 도시를 검열하는 한편 주민들에 대한 사회주의 사상교양을 강화해 왔다.그러나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외부세계와의 접촉이 늘어나는 만큼 각종 테이프의 유입도 늘어나는 추세다.더욱이 이같은 테이프에 접할 가능성은 일반 주민보다는 해외여행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간부나 외부사조에 민감한 청년들 쪽이 더 크다는데 북한당국의 고민이 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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