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외출판] 'The Shackled Continent'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The Shackled Continent (억눌린 아프리카)
Robert Guest 지음, Macmillan, 288쪽, 20달러

“모잠비크(아프리카 동남부 해안국가)의 수도 마푸토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중에 런던 금융가에서 일하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투자한 회사의 주식이 올라 하루 만에 거액을 벌었다는 자랑이었다. 차창 밖을 봤다. 발가벗은 꼬마들이 구걸하기 위해 택시 창문을 열심히 두드리며 손을 벌린 채 따라 달렸다. 런던의 친구가 번 돈은 모잠비크에서 성인 남자가 1만년간 쉬지않고 일해야 벌 수 있는 액수다. 저 꼬마들은 그 돈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저 아이들은 단지 모잠비크에서 태어났다는 죄밖에 없는데…”

『억눌린 아프리카』의 저자 로버트 게스트는 휴대전화에서 들려오는 소식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의 극적인 대비 속에서 “왜 아프리카는 가난한가”라는 화두를 잡았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아프리카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수년간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책으로 묶었다. 각국 지도자에서부터 정글의 반군 조직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해 구체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아프리카는 진짜 아프리카, 즉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을 말한다. 사하라 사막 북쪽,즉 지중해 남쪽 해안에 해당되는 이집트와 리비아 등은 이슬람 세계다. 그래서 흔히 메카를 기준으로 볼 때 서쪽이란 의미에서 ‘마그레브’라고 불린다.

진짜 아프리카의 참상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하라 이남에 사는 6억명의 아프리카인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하루 65센트 이하로 살아간다. 흔히 하루 1달러 이하를 최저생계 수준으로 본다. 그러나 저자는 65센트도 지나치게 후한 통계라고 말한다. 절대다수는 전혀 돈 없이 살다가 죽는다. 진흙과 갈대로 집을 지어 살다가 홍수가 나면 떠내려가는 삶이다.

저자가 짚어본 적빈(赤貧)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가장 먼저 기후다. 무덥고 습해 병이 많다. 아프리카에선 수많은 사람이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처녀와 성관계를 가지면 병(에이즈)이 없어진다’는 헛소문에 성폭행이 난무한다. 또 일부에선 ‘정기적으로 남성의 정액을 받아야 예뻐진다’는 속설에 따라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성들에 의해 병이 더 빨리 확산되고 있다. 말라리아·에볼라·황열 등 다른 치명적인 병도 아프리카에서 창궐하고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 식민의 역사가 꼽힌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인들을 노예화하는 과정에서 국력의 기반을 앗아갔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선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의 정신을 빼앗아 갔다고도 한다. 아프리카인들로부터 자존심과 자신감을 뺏어가고 그 대신에 열등감만 남겼다는 얘기다. 여기서 필자는 한국의 경우를 반론의 근거로 예시했다. 한국 역시 일제 식민치하에서 이름과 말과 글을 모두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음을 환기시켰다.

저자가 가장 중요한 가난의 원인으로 꼽는 것은 리더십 부재와 정치적 후진성이다. “조셉 카빌라(콩고공화국 대통령)가 한 사업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장관들이 전부 강도들이라 뭔 일을 할 수가 없어요’라고 씁쓸하게 토로했다. 바로 다음주 카빌라는 그 사업가에게 페라리(최고급 스포츠카) 두 대를 주문했다. 대통령 월급 몇년치를 모아야 살 수 있는 차를 한꺼번에 두 대나. 문제는 콩고에서 페라리를 탈 수 있을 정도로 평탄한 도로라곤 대통령궁 경내 도로밖에 없다는 점이다.”

카빌라는 그나마 40년 콩고 현대사에서 가장 낫다는 지도자다. 32년 장기집권한 모부투는 우간다의 이디 아민과 더불어 악명 높았던 독재자다. 그를 권좌에서 밀어낸 카빌라의 아버지는 4년간의 내전으로 200만명을 희생시켜 모부투보다 더 악명 높았다. 카빌라는 2001년 암살당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반군과 평화협상을 마쳤다. 그 카빌라 정부 역시 악취로 진동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24년간 장기집권 중인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80)대통령을 ‘전형적인 1세대 독재자’로 꼽았다. 1980년 독립을 이끌어낸 군사지도자로 지금도 권력을 놓지 않고 있다. 압제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고문과 탄압이 자행된다. 짐바브웨의 대표적인 악법은 ‘유죄(有罪)추정의 원칙’이다. 백인들의 경우 기소되면 무죄 판결이 날 때까지 ‘유죄’로 간주된다. 그는 이 악법을 이용해 백인들로부터 빼앗은 땅의 상당 부분을 자기 가족과 측근들에게 나눠주었다.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 관심이 많다. 유럽 지성인들의 관심은 기본적으로 인도주의적이다. 인간으로서 느끼는 연민의 정과 도와주고자하는 긍휼의 자세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전통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유럽 지식인들 사이에선 아프리카를 버려둘 경우 국제사회를 불안케하리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정치를 이끌어온 긴 안목에서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