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급 심판 강습회에서 본지 이해준 기자(左) 등 참가자들이 깃발을 손에 쥐고 터치라인을 따라 달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
“심판 눈 떠라!” “정신 똑바로 차려, 심판!”
K-리그 경기가 열릴 때마다 축구장에서 들려오는 서포터의 외침이다. 감독들 역시 지면 심판을 탓하기 다반사다.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깨지는 심판은 축구계의 동네북이다.
“살랑살랑 깃발을 흔드는 철도원이 아닙니다!” 심판 강사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부심 기를 들 때는 팔과 깃대가 일직선을 이루도록 검지를 곧게 펴서 잡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깃대가 팔과 따로 놀아 꼴이 우스워집니다.”
휘슬을 부는 데도 방법이 있었다. 가벼운 파울은 짧고 명료하게, 거친 파울은 거세고 강렬하게.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부심 훈련 중에는 사이드 스텝을 밟아가며 최종 수비수를 쫓아가다 발이 꼬여 ‘꽈당’ 넘어지기도 했다.
“심판이 경기 중에 다쳐서 교체되면 그런 망신이 또 없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강사는 냉정했다. 오프사이드를 잡아내는 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넓게 조망할 수 있는 기자석과 달리 최종 수비수의 위치와 공이 패스되는 순간을 동시에 파악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FC 서울 서포터인 안용준(37)씨는 “눈이 서너 개가 아닌 이상 오프사이드를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더 이상 심판에 대해 욕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판 강사는 “월드컵에 나가는 유능한 심판들도 오프사이드 5개 중 한 개는 오심을 한다”며 격려했다.
심판 강습회의 가장 큰 고비는 체력 테스트다. 이론 시험은 교육을 이수한 82명 전원이 합격했지만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체력 테스트에서는 19명이 고배를 마셨다. 기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85kg의 체구를 이끌고 2.8km를 정해진 시간 안에 뛰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150m를 30초에 달린 뒤 50m를 40초 동안 걷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400m 트랙 일곱 바퀴를 돌아야 체력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 두 바퀴 반을 돌자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다. 강사는 “현대 축구에서는 심판이 뛰는 거리가 10㎞를 넘나든다. 적어도 일주일에 네 번 정도는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축구를 접은 뒤 심판으로 새 출발을 꿈꾸는 고교 2년생, 교내 축구대회에서 더 정확하게 심판을 보고 싶다던 체육 교사, 스포츠 캐스터를 꿈꾸는 여대생 등을 포함해 이날 체력 측정을 통과한 사람은 모두 63명. 이들은 울산에서 열리는 초등학교의 연습경기에 주심과 부심으로 세 차례씩 투입돼 최종 관문인 실기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김성호 서울시 심판협의회장은 “ 축구를 통해 봉사활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심판에 입문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심판이 되려면
16세 이상 40세 미만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대한축구협회의 정식 심판이 될 수 있다. 성별 제한은 없으며 교정 시력이 1.0을 넘으면 된다.
3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필기테스트, 체력 측정 테스트, 실전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1년에 두 차례 선발한다.
일단 3급 심판이 된 뒤 2년 동안 30경기 이상 주·부심을 맡아 경험을 쌓으면 2급으로 승급할 수 있다. 1급을 거쳐 빠르면 5~6년 만에 국제 심판이 될 수도 있다. 국제 심판은 영문 필기시험을 보며, 회화 능력도 측정한다. 현재 국내에선 23명의 국제 심판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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