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열며>당신은 어느 편이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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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깨달음과 믿음,선수행과 기도,대자대비와 아가페 사랑,빈 마음과 충만,유와 무는 영원히 함께 걸어가는 어깨동무의 친구일 것.' 이 글은 며칠전'부처님 오신 날'을 기해 목사님이 지난 날 크리스마스 때 어느 절 입구에 걸려 있던'성탄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에서 영감을 얻어 어느 스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내용이다.

요즘 혼란한 우리 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으로 시비(是非)에 민감한 상태에 있다.바야흐로 지금 시대는 덕있는 사람과 사랑을 필요로 한다.그러한 사람이 되려함에 어떠한 방법으로 살아가야 할까. 앞에서 어느 목사님의 메시지처럼 이 시대를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원리는 참으로 빈 마음(眞空)에 바탕한 (體를 삼고) 사랑과 자비로써 서로의 다른 점을 포용(妙有)할 수 있는 심법(心法)이라면 되어지리라 본다.

제가 모시고 있는 대산 상사님께서는 우리나라가 종교 백화점과 같은 많은 종교 속에서 큰 갈등 없이 살아가는 것을 보시고“우리나라는 어떤 종교를 심어도 잘 자라는 토질이 좋은 믿음의 땅이다”고 하셨다.이러한 모습은 종교전쟁으로 얼룩진 세계사에서 한국인의 심성만으로 해낼 수 있는 덕있는 심법이라 하겠다.

원효대사의 말씀에서도'시비가 없는 자리에서 시비를 바라 보고,선악이 없는 자리에서 선악을 바라 보고,인연이 없는 자리에서 인연을 바라보라'하셨듯이 여야.노사가 이제는 서로 흑백논리에 바탕한 원색적인 다툼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갈등을 위한 갈등이나 다툼을 위한 다툼의

어리석음과 탐욕의 구렁에서 벗어날 때 서로 다른 점을 진정 존경하고

감사하는 여야와 노사관계가 될 것이다.

그런데'미운 정,고운 정,가는 정,오는 정'의 정의 심성이 자칫 잘못하면

뇌물인지 인사치레인지 모호하게 빗나갈 수도 있는 것은 주의해야 할 점이다.

그래도 양면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심성의 특성을 잘 가꾸어 가면 그것이

바로 불보살의 심법으로 마음을 잘 쓰는 길이 된다.이는 다 같이

공생공영(共生共榮)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러한 마음 씀씀이가 정이 건네는 정보화시대에 아름다운 정신적 중추

역할을 하게 되리라 본다.

원불교의 소태산 대종사 말씀에도“이 나라가 장차 세계의 정신적 지도국이

되고 도덕의 부모국이 되리라”하셨다.

진공으로 바탕하여 정신에도 의식주를 장만해야 하는데 세상에는 크고 높은

빌딩들이 수도 없이 많으나 마음에 집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은 적어 안정과

여유를 갖는 사람이 적으며,원자력발전소를 많이 만들어 집에는 화려한

전등장치가 많이 있으나 마음에 불을 켜는 사람은 적어 어둡고 답답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며,육신에 비싸고 화려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많으나

마음에 옷을 입고 다니면서 사곡되고 불의에 빠지지 않고 바른 길과 정의를

실행하는 예는 힘이 약해 아쉬움이 있는 일이 많음을 볼 수 있다.

어느 가톨릭 책을 보면 예수님께서 도둑같이 온다고 하셨다.어느날 가톨릭과

기독교가 축구 시합을 하는데 예수님께서 정말 아무도 모르게 도둑같이

축구장에 오시어 구경하시다가 가톨릭이 한 골을

넣자“와!”좋아하시고,기독교가 또 한골을 넣으니“와!”하고

좋아하자,옆에 있는 기독교.가톨릭 신자들이“당신은 어느 편이오?”라고

묻자“나는 축구편이오!”라고 하셨다고 한다.

진실로 국민을 위한 국가발전을 위해 참으로 빈 마음에 바탕해 그대와 내가

서로 다른 점을 포용하며 어느 편이 아닌 국민 전체의 편에 서서 우리

민족성의 고귀한 심법으로 이 어려운 시국을 풀어나가야 하리라. 이래야 어느

편에 빠지거나 기울지 아니하여 전체의'원만'편이 돼 중도행(中道行)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황직평〈원불교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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