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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장 한강서 투신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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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준원(51) 경기도 파주시장이 4일 오후 3시47분쯤 서울 반포대교 위에서 한강으로 투신해 숨졌다.

이 시장은 지난 2월 파주시 탄현면에서 개교한 웅지세무대학 설립과 관련한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아왔다. 이 시장은 이날 운전기사 이모(30)씨가 모는 차를 타고 반포대교 남단에서 북단으로 향하던 중 다리 중간쯤에서 내려 한강에 뛰어들었다.

목격자 한모(61)씨는 "한 남자가 갑자기 다리 아래로 투신하자 곧이어 운전기사가 상의와 신발을 벗은 뒤 와이셔츠 차림으로 뒤따라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이 시장과 운전기사는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해 구조돼 인근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진 상태였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이 시장의 투신을 막으려다 실패하자 자신이 직접 구조하려고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시장이 '웅지세무대학 인허가 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투신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장은 최근 측근들이 잇따라 검찰 조사를 받자 몹시 괴로워하며 "내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최근 웅지세무대학 측이 인허가와 관련해 파주시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벌인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여 왔다.

검찰은 이날 당시 기획담당관이었던 박모(50)읍장에 대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전 파주시 건축과 직원 여모씨와 시장 비서실장 천모씨 등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시장실에 수사관 4명을 파견했으나 이 시장이 아침부터 외출해 만나지 못했다.

이 시장은 서울대를 졸업하던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현대자동차.INI스틸 상무를 지냈으며, 2002년 6월 한나라당 후보로 파주시장에 당선됐다.

◇운전기사 이씨=지난해 3월 파주시청 회계과 재산관리계에서 일용직으로 공직을 시작한 이씨는 꼼꼼하고 성실한 일처리로 두달여 만에 상용직인 시장 운전기사에 전격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 부근 금촌2동의 7평짜리 원룸에서 생활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후배에게 무료로 '한집살이'를 제의해 함께 살아왔다.

이씨가 이 시장을 구조하기 위해 한강에 투신한 뒤 숨진 데 대해 동료들은 "평소 성품과 일처리 등으로 볼 때 충분히 이해가 되는 용감한 행동"이라며 애통해 했다.

전익진.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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