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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시민대토론회>11.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 - 질의.답변 요지(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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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앙일보 지령(紙齡) 1만호 기념'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마지막 주자로 나온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는 역시 달변이었다.예상문제와 답변을 사전 점검하는 자리에서“답변은 내게 맡기라”고 했다는 전언이다.1시간40여분간 계속된 토론회중 30여분이상이 내각제를 주제로 진행됐고,그는 몇몇 반론을 이리저리 비켜가며 차분한 목소리로 준비한 내각제 구상을 마음놓고 피력했다.그는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에 대해“둘도 없는 영도자였다”며 강한 애정과 존경을 표했다.그러나 3공시절 자신의 역할에 대해“잘못도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팽(烹)당해보니 권력무상을 느꼈느냐”는 사회자의 마지막 짓궂은 질문에“별로 못 느꼈다.30년동안 맨날 그렇게 당했으니까”라고 답했다.

-어제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는 내각제는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며 내각제 개헌여부.단일후보.선정시기등은 일괄타결하겠다고 했다.김종필총재 생각은 어떤가.“솔직히 우리는 내각제를 외롭게 주장하고 있다.우리는 내각제가 목적이라고 생각한다.국민회의는 우리보다 농도가 짙지 않다고 본다.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단일후보를 내 이겨야 한다는 명제가 있다.그래서 후보단일화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국민회의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이런 큰 괴리를 메우고 단일후보를 이뤄내는 것은 큰 일이지만 해내야 될 일이다.우리는 투표일 전전날까지도 노력할 것이다.” -김대중총재는 내각제를 자민련에 양보하는 대신 후보는 자기가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는데.“명제가 단일화라고 해서 내가 생각하는대로 결말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은 너무 빠른 계산이다.노력하다 안되면 안되는대로 당 차원에서 선택해야 하니까 여기선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로만 얘기하겠다.” -DJP공조는 김대중총재의 집념을 역이용한 정략적 제휴가 아닌가.온갖 명분을 동원하지만 결국은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보는데.“역대 대통령이 희생당한 것은 대통령제의 모순 때문이다.입법.행정.사법의 3권을 맘대로 휘두를 수 있는 제도가 전직 대통령 2명을 감옥에 가지 않으면 안되게 했다.또 현재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마음이 편한 상태가 아니잖느냐.그러므로 정치의 총책임이 한사람에게 집중하는 제도를 그만두고 국회에서 국민에 의한 정치를 할 때가 됐다.굶지않는 나라,경제력을 갖춘 나라가 된 만큼 내각제를 해야한다.” -투표 전전날까지 단일화노력을 한다는 것은 결국 독자출마하게 될 것 같다는 뜻 아니냐.“독자출마 안하면 안되는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우리당도 세는 약하나 어엿한 정당이다.목적이 있다.단일후보가 안될 경우 우리당도 나가야 한다.” -김종필총재는 5.16쿠데타로 당시 내각제를 실시하던 장면(張勉)내각을 무너뜨렸다.그리고 나서 지금와서 또 내각제를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느냐.“내각제를 부순게 아니라 당시 무능했던 정권으로는 이 나라를 끌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해 5.16혁명에 투신했던 것이다.당시 미국의 한 상원의원이 우리나라를 들러 필리핀에 가서'미국에는 흡혈귀가 둘이 있는데 하나는 한국이고 하나는 필리핀'이라고 말했다.난 치가 떨렸다.이게 거지지 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정치인중에는 한명도 분개를 안하더라.내각제는 경제력과 고도의 민도(民度)가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당시는 이 두가지 모두 미흡했다.미국의 짐이 되지 않는 나라,우리 힘으로 우리 일을 꾸려나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박정희(朴正熙)대통령과 5.16을 한 것이다.그런데 이젠 두가지 조건 모두 구비됐다.그리고 또 하나는 내각제를 다시 세워 참된 민주주의를 하도록 해야한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나 이탈리아의 경우를 보더라도 내각제가 지역주의를

가속화하는등 정치적 불안정을 오히려 촉발할 수 있다.

“난 반대로 본다.이스라엘이 주변 아랍국가에 떳떳이 맞서고 있고,영국도

대처총리가 결단성있는 영도력을 갖게 한 것도 내각제 때문이다.또 독일도

14년동안 콜총리가 집권하면서 통일까지 이뤄냈지 않았느냐.” -항간에는

자민련에 박철언(朴哲彦)부총재와 김용환(金龍煥)사무총장말고는

야권공조에 동조하는 의원이 없다고 하는데.만약 김대중 총재로 후보가

단일화될 경우 자민련이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그런 우려는

없다.내가 알기는 집권당 안에도 내각제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그러나

金대통령이 반대하고 있어 행동으로 못옮기고 있을 뿐이다.” -김대중 총재에

비해 대통령에 대한 집착이 덜한 것같다.아예 차제에 김대중 총재에게“우리

모두 그만두고 제3후보를 밀자”고 제의할 의사는 없느냐.“토론회에서

김대중 총재가 국민의 의사라면 고려해볼만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제3후보라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국민회의.자민련을 대표할만한 이가

있으면 추천해달라(웃음).”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여론도 있다.어떻게

생각하나,또 김대중 총재가 주장한 거국중립내각 제의를 어떻게

생각하나.“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찬동할 수 없다.헌법에 정한 임기를

채워야 한다.국민에게 용서를 빌면 된다.이미 金대통령에게 집권당의 후보를

깜짝놀랄 후보를 내려고 후계자를 고집하면 안되며 당에 맡기고 그다음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는 제의를 한 적이 있다.그리고 공정한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그리고 연립내각을 하려면 내각제를 해야 한다.”

-황장엽(黃長燁)씨의 발언에 대해.“안기부장이 국회에 나와'김정일이

부산까지 3일내에 점거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무산됐다'는 黃씨의 발언을

얘기해 대서특필됐지만 여과된 정보가 아니다.그런 경솔은 국민을 어지럽게

만들 것이다.” -전업주부가 환영할만한 구체적 정책을 마련한게

있느냐.“과거 가난할 때는 전업주부를 위한 정책까지 손뻗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그 고비는 국민소득 1만달러라고 본다.우리는 지금 그것을

넘어가는 상황에 있다.이러한 소득성장과 더불어 전업주부도 그에 상충하는

사회적 보장이 물스며들듯 하는 것이 필요하다.그게 바로 정치다.” -3당

통합때 金대통령과 했던 내각제 밀약이 휴지조각이 된 경험이 있는데 만약

김대중 총재가 집권후 내각제를 파기할 경우 그 대비책은 있는가.“방책보다

인격의 문제다.그때 다음 총선 이전에 내각제로 이행하기로 약속하고 3명이

서명까지 했다.앞으로도 약속을 하고도 지키지 않는다면 이행하지 않은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그러나 김대중 총재는 지키리라 믿는다.” -혹

신한국당과 내각제 공약을 내걸고 합칠 가능성은 있는가.그리고 내각제와

대통령 당선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그리 크지 않다.대통령 후보로 입후보해 국민에게 호소할 기회가

와 대통령이 된다면 당선 후 2년6개월 이내인 15대국회가 끝나기 전에

내각제로 바꾸고 대통령직을 그만 두겠다.따라서 내각제를 도입하려면

대통령직을 우선 가져야하니 대통령을 먼저 택해야하지 않겠는가.”

-환경.국제.정보사회라는 변화된 시대의 지도자상으로 자신이 맞는다고

보는가.“우일신(又日新)이라는 말이 있다.어제 최선을 다한 것처럼 오늘도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시켜만 달라.무엇이든지 하겠다.” -36년간

정치를 하면서 단맛 쓴맛을 다 맛보았을텐데 이제 후진을 위해 퇴진할 의향은

없는가.“아직 할 일이 남았다.'잠들기 전에 나머지 몇 마일을 가야한다'는

프로스트의 시 구절처럼 이 나라가 다시는 지금의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의원내각제를 만들어놓고 물러나는 것이 마지막 소망이다.” -하지만 金총재의 대선 출마는 지리(地利)는 있지만 명분이나 천시(天時)의 측면에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굳이 집권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나는 영욕을 수없이 되풀이해 겪었다.참아야 할 것을 참을 줄 알고 서둘러야 할 것에 서두를 줄 안다.지금까지 닦아온 소중한 경험과 경륜을 그냥 가지고 가기에는 아까우니 우리의 내일에 기여하기 위해 털어놓고 갔으면 하는 소망이다.” -'아버지'라는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 분이 이제 원로 정치인으로 남아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존경받는 길이 아니겠는가.“권력을 가지려는 것이 아니다.해야 할 일이 남았는데 이를 추진할 힘이 있어야 하니 대통령을 말한 것이다.나는 당총재 이전에 대한민국 주권자의 한 사람이다.6명이나 되는 손자를 보면 이놈들은 할아버지보다 윤택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에서 살기를 바라는 소망이 생긴다.” -80년 신군부에 의해 수백억원의 재산을 강제헌납당했는데 거액을 모으게 된 경위를 해명해 달라.“좋은 기회를 주셨다.중학교 2학년때 1815년 워털루전에서 웰링턴이 승리를 거둔 뒤'나는 이튼정신을 가지고 조국을 위해 싸워서 이겼노라'고 한 책을 읽고 감격했다.이후 우리 나라에도 이튼과 같은 고등학교를 설립해 국가에 유익한 인재들을 길러내려고 준비해왔다.그래서 실업인들의 지원을 받아 서산에 대단위 목장을 만들고 제주도에 감귤농장도 조성해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고등학교를 만들려 했다.제주도에서 먼저 수익이 나와 74년에 장학재단을 만들고 정관1조에 기증자는 관여 못한다는 조항까지 명시해 명실상부하게 사회에 환원했다.서산은 79년도부터 수익이 나와 또 재단에 기증했다.전두환씨가 부정축재로 몰아 빼앗았으나 농장이든 목장이든 대한민국 국토 안에 있으니 누가 가지고 있든 대한민국에 기여한다면 만족한다.” -중앙정보부를 만들어 초대 정보부장을 지냈는데 최근 안기부의 수사권 축소와,이와 관련된 논쟁에 대한 생각은.“정보부를 설립한 목적은 당시 5.16혁명을 공고하게 뒷받침하고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해 국가영위에 사용할 1급 정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수사권을 포함시킨 것은 한시적인 시도였다.민선대통령 체제가 출범하면 검찰에 수사권을 넘겨준다는 생각이었다.하지만 1년이 조금 지나서 물러나 이를 실현시키지 못했다.중앙정보부나 안기부나 지금까지 잘못이 많지만 기여도 많다.언젠가 수사권은 검찰로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일회담의 주역으로 정신대 문제를 슬쩍 처리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일회담때 정신대 문제를 거론하지 못했다.지금도 희생자분들께 마음으로부터 죄송스럽다.일본사람들이 아직도 성의를 안보이며 이상한 재단을 만들어 돈을 주려고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그들은 반성해야 한다.한을 남기지 않게 해야 한다.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결정이 나왔으니 5.16도 적용대상

아닌가.그리고 전두환.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권위자들의 법해석에는 승복한다.하지만 무한정의 시간을

두고 대상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그렇다면 이성계(李成桂)에까지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더구나 이제 우리 국민은 5.16을 인정,승인하고 있고

朴대통령의 조국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믿는다.지난날

기복이 있었지만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토양이 됐다면 정당하게 인정하고

있다.사면논의는 마땅치 않다.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을 내린지 얼마 되지

않는다.조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생각해야 한다.두분의 생각이

온당하게 바뀌어 용서할 때가 오면 논의해도 된다.” -야권후보 단일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되겠는가.여론조사인가.양보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국민회의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자민련과 절충할 팀을 구성할

것이다.우리도 그럴 예정이다.토론하고 절충해 결론을 유도하고 양당

총재끼리도 만날 것이다.이기기 위해 단일후보를 꼭 내야 한다면 여러 요소를

가미해 사심없이 결론을 낼 것이다.” -정태수씨 아들의 주례를 서고 받은

사례는 무엇인가.“비싸지 않은 손목시계 하나 받았다.그때 민자당

최고위원이었는데 재정위원인 鄭씨가 찾아와 생모도 세상을 떠난 자식 하나

주례를 서달라고 했다.그것 뿐이다.” -아들이 과테말라에서 레저업을

한다는데 사업자금을 얼마나 주었나.“한푼도 대준 일이 없다.파나마

대통령이 열의를 가지고 지원하겠다고 해 미국에 있는 교포와 국내 실업인

몇분을 투자해달라고 설득,손을 댔다고 한다.고생을 많이 하는 듯하지만

실패도 성공도 재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사대 중퇴후 서울대의

국립대학안을 반대하다 피신 차원에서 사병입대했다는 소문이 있다.

“완전히 연기도 안나는 소문이다.나는 사실 국대안을

찬성했다.경성사범학교가 승격되는데 왜 반대하겠는가.3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신뒤 집안이 급격하게 기울었다.당시 소형 자동차까지 타고 학교에

다닐 정도였는데 집안이 어려워지자 이제 내 힘으로 앞길을 열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파고다공원앞 모병소에 원서를 냈다.그리고 신설부대인

13연대로 들어갔다 두들겨맞고 탈영한뒤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다시

들어가기도 했다.” -종교가 기독교로 알려져 있지만 법명을 받은

불교신도라는 말도 있다.

“나는 분명히 감리교로 정동교회 집사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믿는 종교도

존중해야 한다.적지않은 불도에게 축하드리는 차원에서

말했다(서두연설에서 석가탄신일을 맞아 한 축하를 말하는 것).” -5.16은

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권탄압.계층대립등 악영향도 끼쳤다.과(過)부분에

대해 자체평가해 달라.“그 당시는 마땅히 해야할 부분만 챙겨 할 여건이

아니었다.다른 부분을 억눌러 경제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했다.산업화로 억제된 부분이 아직 신장되지 못했다면 고쳐야 한다.”

-김대중총재는 21세기 광개토대왕의 비유를 들어 선진 5대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金대통령도 취임 이후 우리 미래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밝혔다.하지만 비전은 과장돼 보이게 하면 안된다.김총재의 21세기 한국

비전은.“무역규모가 11번째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 멀었다.한번 더

도약해야 한다.정치적으로 의원내각제,경제적으로 10년 이내에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사회적으로는 더불어 보람을 나누는 흐뭇한 사회 재건,그리고

통일이다.통일은 서두른다고 되지 않고 통일로 인한 어려움을 소화할 국력을

기른뒤 아들.딸에게 통일된 조국을 넘겨줘야 한다.세계 랭킹이 중요한게

아니라 인간답고 자유롭게 민주적으로 꿈을 열어가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더 해야 한다.” 정리=김현기.채병건 기자

<패널리스트>

▷문정인(文正仁) 〈연세대 정외과교수〉▷최동규(崔棟圭)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임현진(林玄鎭) 〈서울대

사회학과교수〉▷강금실(康錦實) 〈변호사〉▷신종원(辛鍾元)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 사회:김영희(金永熙) 중앙일보 국제문제대기자

<사진설명>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에서 두번째)과 박지원 기획조정실장이

양당의 공조체제를 과시하듯 토론회를 끝낸 김종필 자민련총재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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