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슈킨 '비밀일기' 국내서도 번역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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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누구나 한번 이상 접했을 이 친숙한 시(제목:삶)의 주인공은 러시아의 국민시인 알렉산드르 푸슈킨(1799~1837).그의 화려한 여성편력을 낱낱이 고백한'비밀일기'가 국내에서 번역 출판됐다(작가정신 간행).당대 러시아 사교계의 최고미인 나탈리 곤차로바를 아내로 두고서도 무려 1백13명의 여인들과 지속적인 성관계를 유지한 푸슈킨.기존의 어느 포르노물보다 적나라하게 묘사한 이 일기를 그는 자신이 죽고난 후 1백년이 지나기 전에는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유언을 했다.또한 러시아어 대신 프랑스어와 특수암호로만 기록,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검열에 대비하기도 했다.

문제의 일기는 푸슈킨이 세상을 떠난지 1백50년만인 86년 반체제작가 미하일 아르말린스키에 의해 원본 아닌 사본을 토대로 미국에서 처음 출판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나 현재까지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않고 있다.

러시아는 이 일기의 원본이 사라진 점을 들어 위작임을 주장하고 있다.특히 푸슈킨을 정신적 지주로 우상화해온 러시아민족주의 진영은 자신들의 문화를 모독하기 위한 음모로 받아들이고 있다.거듭되는 러시아측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 일기는 지난해 라트비아어로 번역되는등 현재까지 10개국어로 번역 출판됐으며 특히 94년 프랑스의 소르틸레주 에디시옹에서 출간됨으로써'전설적인 에로스문학'의 반열에 올랐다. 최성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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