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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에 시달리는 학부모들, 철 아닌 꽃.곡식 구하느라 애먹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제철도 아닌 때 히아신스를 꼭 가져가야 한다고 해서 집 주변 꽃가게를 뒤졌지만 못구했어요.선생님한테 야단맞는다고 어깨가 처진 아이를 달래면서 선생님이 원망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서울 Y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 K씨)“퇴근후 귀가하니 아이가 가을에 나는 곡식이나 씨앗.열매등을 다섯가지 이상 준비해가야 한다기에 부랴부랴 찾아 나섰으나 구하지 못해 암담했어요.”(서울 D초등 2학년 학부모 L씨) 초등학교의 준비물도 학부모에게 압박감을 준다고 한다.구하기 어려운 준비물이 많은 데다 학교주변 문방구에서 구입할 수 있는 과학실험재료들은 조악하기 짝이 없다고 학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플라스틱 추를 매달아도 용수철이 안 늘어나는 5학년용 저울''연결하면 불이 켜지지 않고 부품이 맞지않는 전지'등이 효용성이 적은 대표적인 준비물이라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관찰과 탐구의 대상이 되도록 치밀하고 정확하게 작동해야 할 과학교재들이 오히려 창의성을 말살하는 것은 물론 사교육비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주장한다.

또 준비해가도 잘 활용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한다.2,6학년을 둔 서울 P초등 학부모 K씨는“비싸게 산 전기인두나 전지를 학교에서 한두번 정도만 써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준비물이 학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교사가 점검하기 위한 1회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의 신효종(申孝宗)상담실장은“학생 모두가 준비물을 사야한다거나 질이 떨어지는 재료를 사용하는 학습은 낭비”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자연.미술.실과 교과목에 필요한 기본적인 학습자료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예산을 반영해 구입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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