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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100년 역사 한국 현대시 세계로 나갈 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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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올해 문학판의 키워드 중 하나는 세계화다. 첫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배출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시·소설·고전 등 50여 종을 15개 언어로 번역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일본과의 교류가 활발해진다. 일본 최고의 시 전문 출판사인 ‘시초사(思潮社)’가 ‘한국 현대 시인 시리즈’를 출간하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시집인 박주택(50·사진) 시인의 시선집 『지칸노도코(時間の瞳孔·시간의 동공)』가 지난해 12월 말 일본에서 출간됐다. 대산문화재단이 출간비의 절반 정도인 1000만원을 지원해 1000부를 찍었다. 174쪽짜리 시집 한 권이 2520엔(약 3만6900원)에 팔린다. 시선집을 편역한 번역가 한성례(54)씨는 “지금까지 최영미 등 일부 시인의 시집이 산발적으로 번역·출간된 적은 있지만 시초사 같은 권위 있는 출판사에서 별도의 한국 시인선을 낸 일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시리즈 출간은 2007년 한국의 계간 문예지 ‘세계의 문학’과 시초사가 발행하는 월간지 ‘겐다이시데초(現代詩手帖)’가 양국의 유망 시인 10명씩을 교차 소개하는 교류 사업의 연장선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최승호·김혜순·김기택 시인 등이 시리즈의 차기 후보로 거론된다. 한성례씨는 “일본 현대시는 모더니즘이 주류여서 박씨의 시가 잘 먹힐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지만 이미지를 충돌시키는 박씨의 시는 번역이 쉬울 뿐 아니라 다른 언어권 사용자에게 묘미가 분명히 전달된다는 것이다.

9일 만난 박씨는 출간 소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일본 독자들의 반응을 알 수 없어 왠지 먼 일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대해서는 거침 없이 발언했다. “고은·신경림 등 선배들이 외국 나가 밥 먹고 차 마시며 길을 텄다면 우리 세대는 본격적으로 해외로 진출해야 하고, 후배들은 네이티브 스피커가 돼 해외 문학계에 섞여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의 활동성은 결국 인간 관계에서 나온다”는 주장이다. 박씨는 “올해 폴란드에서 한국 시선집을 출간하고, 미국 문예지에 한국 시인들을 소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현대시 역사 100년을 넘긴 한국시가 올해에는 세계성을 얻는 계기를 찾아야 한다”는 믿음을 내비쳤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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