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롤핑 치료’ 전도사 혜인한의원 김소형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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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이라도 한쪽 다리가 짧은 의자에 앉아 보라. 자세가 뒤틀리며 금세 허리에 통증을 느낄 것이다. 만일 당신의 몸이 이렇게 삐딱한 의자처럼 생겼다면? ‘롤핑 치료법’. 일반인은 생소하겠지만 1920년대 미국의 롤프 박사에 의해 제시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수기요법이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인체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주는 자세조절요법. 국내 의사로는 유일하게 국제 롤퍼(롤핑 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보급에 힘쓰는 김소형(사진·혜인한의원) 원장에게 자세의 중요성과 롤핑요법의 원리를 들었다.

-어떤 사람이 대상인가.

“인체 불균형에 의해 나타나는 모든 질환이다. 운동선수·무용가·음악가 등 특수 자세나 동작으로 질병이 생긴 직업군, 또 O자형 다리, 비대칭 골반, 척추 측만으로 나타나는 요통·관절통·견비통 환자가 모두 해당된다. 악관절도 역시 틀어진 골격에 의해 발생하므로 치료 대상이다.”

-어떤 원리인가.

“인체는 모든 기관이 연계돼 상호 영향을 미친다. 어느 한 부위가 틀어지면 인체 전체의 균형이 깨지면서 질병이 발생하고, 통증이 유발된다. 하지만 현대의료는 척추·관절 등 부위별로 세분화돼 통증을 일으키는 곳만을 치료한다. 나무 뿌리가 썩었는데 병든 잎만 치료하는 격이다. 그러다 보니 근본 치료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재발이 잦다.”

-기존 수기요법과 어떻게 다른가.

“요가·정골법·동종요법·척추교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인체를 구성하는 근막조직을 활용하는 것이 다르다. 근막이란 근육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흰색의 얇고 투명한 그물막이다. 이중 직립 보행·자세 유지에 관여하는 골격과 근육의 근막조직을 손으로 조절해 바른 위치를 회복시키고, 통증을 치료한다. 그래서 근막이완요법이라고도 한다.”

-롤핑에 한방을 적용한다고 하는데.

“심하게 근육이 경직된 사람에겐 침과 한약으로 먼저 긴장도를 줄인다. 동의보감에 있는 ‘영선제통음’은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 경직을 풀어주는 한약 15가지를 가감해 치료 효과를 높인다. 지난 1년간 O자형 다리 여성 100여 명을 1년간 치료한 결과 90%에서 수술 없이 휜다리를 개선시켰다.”

-수술이 아니라 치료기간이 길텐데.

“보통 주 1회 1시간씩 손으로 치료한다. 많은 환자를 볼 수 없는 이유다. 환자는 상태에 따라 최소 10회를 받는다. 여기에 나쁜 자세를 바로잡도록 유도하는 동작요법을 3∼4회 진행한다.”

-국내엔 롤핑이 얼마나 보급됐나.

“미국 콜로라도주에 본부를 두고, 유럽·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 등 세 곳에 교육기관이 있다. 10주씩 실기·이론 등 고강도의 3단계 교육을 받아야 공인된 롤퍼 자격증을 취득한다. 1250명에 이르는 강사진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며, 한국을 포함한 29개국에 상표가 등록돼 있다. 국내는 아직 보급 초기 단계다. 연구회를 만들어 10명씩 교육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50여 명을 배출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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