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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데스를 깨우는 9574km ‘지옥의 랠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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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18면

모터사이클 두 대가 사막의 모래언덕을 넘고 있다. 모래밭엔 바퀴 자국이 어지러이 나 있다. 자세히 보면 외바퀴뿐만 아니라 트럭 바퀴자국도 보인다. 도대체 사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009 다카르 랠리’가 지구 반대쪽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다.

2009 다카르 랠리 아르헨~칠레에서 열려

‘다카르 랠리(Dakar rally)’는 이름 그대로 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를 도착 지점으로 하는 자동차 경주다. 창시자는 프랑스의 모험가 티에르 사빈. 그는 1970년대 중반 모터사이클을 타고 사하라사막에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있는데 이를 계기로 사하라사막을 횡단하는 자동차 경주대회를 계획했다. 사빈은 결국 79년 파리를 출발해 서북 아프리카의 사하라 나라들을 거쳐 다카르에 도착하는 랠리를 탄생시켰다.

대회는 4개 부문으로 치러진다. 자동차, 모터사이클, 트럭, 쿼드차량이 그것이다. 모든 차량은 사막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대회 구간이 워낙 험하고 기간이 길어 완주율은 절반이 넘지 않는다. 희생자도 많이 발생했다. 첫 대회 이후 창시자 사빈을 비롯해 49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다카르 랠리는 ‘지옥의 랠리’라는 악명을 얻었다. 교황청으로부터 생명을 경시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환경단체로부터는 사막을 오염시킨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차 메이커의 전략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 모험 의지가 결합해 대회는 올해 30회째를 맞았다.

사하라 사막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2008년 대회는 테러의 위험 때문에 취소되는 사태를 겪었다. 그래서인지 올해 대회의 무대는 남미로 바뀌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출발해 안데스산맥 너머 칠레를 거쳐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도록 했다. 총 거리는 9574㎞. 49개국 584개 팀이 참가했다. 기아는 소렌토 두 팀, 쌍용은 카이런 한 팀을 출전시켰다. 3일 시작한 경기는 18일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사진의 두 선수가 달리고 있는 모래언덕은 대회 6일째 구간인 아르헨티나의 산라파엘과 멘도자 사이다. 안데스 산맥이다.

글 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사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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