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내공’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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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박대성(31)씨가 검찰 조사에서 직접 작성한 A4 두 장짜리 문건이 9일 공개됐다. 검찰은 7일 박씨를 붙잡은 뒤 미네르바가 맞는지를 확인하려고 그의 ‘실력’을 검증했다. <본지 1월 9일자 2면> 올해 경제전망을 작성하라는 검찰의 주문에 박씨는 인터넷을 사용해 45분 만에 글을 써냈다.

취재팀이 박씨의 답안지를 분석한 결과 먼저 미네르바의 글 곳곳에 등장했던 화살표가 이번에도 등장한 게 눈에 띄었다. 미네르바는 200여 편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화살표(→)를 사용해 단어와 문장을 연결했다. 다만 그의 문장마다 양념처럼 끼었던 말줄임표(…)는 없었다. 문체도 기존의 신랄하고 풍자적인 구어체와는 차이가 났다.

그러나 검찰 앞이었고 시간이 짧았음을 감안하면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박씨는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한국의 수출 감소를 실마리로 2009년 전망을 풀어나갔다. 많은 경제전문가가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특히 박씨는 대중국 수출 감소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내수까지 위축되면 ‘기업 재고 증가→조업 단축→구매력 감소’로 2005년에 이은 자영업자 ‘2차 구조조정’이 2010년까지 온다고 봤다.

바로 여기가 주목할 대목이다. 취재팀은 미네르바가 지난해 9월 12일 올린 ‘한국은 10년짜리 피자다’란 글과 비교했다. 중간 부분에 ‘대중국 수출 감소, 내수 침체, 자영업자 2차 구조조정’처럼 등장하는 단어와 시나리오가 똑같다. 등장한 연도마저 거의 비슷하다. 검찰이 미네르바가 맞다고 확신하는 이유도 이런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씨가 답안지에서 제시한 시나리오는 논리적으로 별로 흠이 없어 보였다. 경제학과 무관한 경력의 박씨는 어떻게 경제에 대한 내공을 쌓았을까. 검찰 관계자들은 그의 필력의 원천을 ‘관심사에 대한 집중적인 웹 서핑’과 ‘독서’로 분석했다. 미네르바의 가족과 지인들은 박씨가 최근 몇 달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용한 성격의 박씨는 혼자서 독서하며 경제 마인드를 키우고, 최신 경제 소식과 통계 수치 등을 인터넷을 통해 얻어 자신만의 경제관을 만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집에는 거의 날마다 경제 관련 서적이 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네르바가 온라인에서 추천한 서적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기도 했다.

미네르바의 인기는 국내 제도권 전문가들의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집단이 소신대로 경제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전망을 하다 보니 미네르바의 정교하면서도 자극적인 경제 분석이 돋보였다는 것이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제도권 전문가는 아무래도 표현이 조심스럽고 극단적으로 나쁜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익명성에 숨어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정부를 비방한 게 미네르바가 인기를 끈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승현·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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