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 키신(上)은 강렬한 소리와 섬세한 감성을 아우른 소수의 피아니스트 중 하나다. 화려한 러시아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국제적인 감각을 더했다. 이견 없는 완벽한 연주 덕에 2006년 첫 한국 공연의 사인회(下)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크레디아 제공]
◆전략의 전투=키신의 인터넷 팬클럽은 7일 밤 ‘전략 회의’를 열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카드 결제 대신 무통장입금 방식으로 하라’ ‘예약이 가능한 두개의 홈페이지를 각자 나누어 담당하라’ ‘피아노 독주회의 명당인 C블록 9열을 공략하라’ 는 등의 작전을 세웠다. 한 사람당 4~7매의 구입 ‘특명’을 진 이들은 반나절을 클릭과 함께 보냈다.
이번에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11일에 쓸 전략을 다시 세우고 있다. 대금이 입금되지 않아 취소된 티켓이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날은 산발적인 게릴라 전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키신은 2006년 첫 내한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인물이다. 앙코르 10곡에 커튼콜 30여 차례를 기록으로 남겼다. 한국 공연 기획자들이 10년동안 공들여 접촉할 때마다 번번이 거절했던 그는 3년 전의 뜨거운 밤을 잊지 못해 두번째로 한국을 찾기로 했다. 팬클럽 사이트에서는 키신이 3년 전 선물받은 한글 디자인 넥타이를 하고 올지를 점치고 있다. 팬들은 앙코르와 사인회 등도 톡톡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8일 ‘티켓 대전’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보상받으려는 청중의 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호정 기자
◆예브게니 키신=러시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12세에 쇼팽 협주곡을 연주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모스크바 그네신 음대 예비학교에 6세에 입학해 러시아에서만 피아노를 공부한 그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도 이때부터다. 음악대학을 나오지 않고 유명 콩쿠르 입상 경력 없이 연주력 하나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페스티벌, 공연장 모두를 섭렵하며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천재의 모든 조건을 갖췄다”는 평을 들었던 10대 시절부터 현재까지 45장에 이르는 음반을 녹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