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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 표 구하라” 클릭 전쟁 2300석 6시간 만에 동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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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예브게니 키신(上)은 강렬한 소리와 섬세한 감성을 아우른 소수의 피아니스트 중 하나다. 화려한 러시아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국제적인 감각을 더했다. 이견 없는 완벽한 연주 덕에 2006년 첫 한국 공연의 사인회(下)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크레디아 제공]

‘키신 대전(大戰)’이었다. 8일 오후 2시 인터넷에서 팔기 시작한 예브게니 키신(38)의 피아노 독주회(4월2일 예술의전당) 티켓 2300장이 6시간 만에 동났다. 예약을 받던 두 사이트(클럽발코니,인터파크) 중 하나가 다운됐고, 공연 주최사인 크레디아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표를 구하지 못한 클래식 팬들은 수백개의 게시판 글과 댓글로 아쉬움을 표했다. 만만치 않은 가격(17만/14만/10만/6만원)도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인터파크는 이날 키신 독주회의 예매자 수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미녀는 괴로워’ 등을 제치고 공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클래식 음악 공연으로는 처음이다. 30대 피아니스트의 티켓 파워를 보여준 이번 전쟁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여럿 나왔다.

◆클릭의 전투=클릭 속도가 희비를 갈랐다. 사상 최대로 많이 몰린 예매자를 감당하지 못한 사이트가 둔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상자가 나왔다. “구입 취소만 스무번 넘게 됐어요.” “객석의 자리까지 고르고 결제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그 자리가 없어졌어요. 누군가 전화예매로 가져갔다네요.”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하소연이다. 사이트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면서 자리 결정과 티켓 구매에는 최소 1시간이 걸렸다. 빨리 시작해 인내심으로 버틴 사람들이 이겼다. “11번 결제 승인이 났지만 그때마다 바로 뒤이어 취소 메시지를 받았다. 결국 12번째에야 성공했다”는 이도 있었다.

◆전략의 전투=키신의 인터넷 팬클럽은 7일 밤 ‘전략 회의’를 열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카드 결제 대신 무통장입금 방식으로 하라’ ‘예약이 가능한 두개의 홈페이지를 각자 나누어 담당하라’ ‘피아노 독주회의 명당인 C블록 9열을 공략하라’ 는 등의 작전을 세웠다. 한 사람당 4~7매의 구입 ‘특명’을 진 이들은 반나절을 클릭과 함께 보냈다.

이번에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11일에 쓸 전략을 다시 세우고 있다. 대금이 입금되지 않아 취소된 티켓이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날은 산발적인 게릴라 전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키신은 2006년 첫 내한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인물이다. 앙코르 10곡에 커튼콜 30여 차례를 기록으로 남겼다. 한국 공연 기획자들이 10년동안 공들여 접촉할 때마다 번번이 거절했던 그는 3년 전의 뜨거운 밤을 잊지 못해 두번째로 한국을 찾기로 했다. 팬클럽 사이트에서는 키신이 3년 전 선물받은 한글 디자인 넥타이를 하고 올지를 점치고 있다. 팬들은 앙코르와 사인회 등도 톡톡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8일 ‘티켓 대전’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보상받으려는 청중의 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호정 기자

◆예브게니 키신=러시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12세에 쇼팽 협주곡을 연주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모스크바 그네신 음대 예비학교에 6세에 입학해 러시아에서만 피아노를 공부한 그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도 이때부터다. 음악대학을 나오지 않고 유명 콩쿠르 입상 경력 없이 연주력 하나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페스티벌, 공연장 모두를 섭렵하며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천재의 모든 조건을 갖췄다”는 평을 들었던 10대 시절부터 현재까지 45장에 이르는 음반을 녹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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