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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50년동안 시어머니 극진히 봉양 국민훈장 석류장 받은 김옥수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시집살이 50년이 억울하지도 않으냐고들 하지만 잔주름 가득한 시어머니 모습을 뵐때마다 오히려 가슴이 시려와요.” 꽃다운 나이 17세에 시집와 50년 가까이 시할머니.시부모 층층시하에서 기 한번 못펴고 살아온 김옥수(金玉洙.66.서울시노원구상계동)씨. 시어머니 李광수(87)씨를 극진히 봉양해온 효부로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국가로부터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게된 金씨는 이날도 꼭두새벽부터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상을 차렸다.

아침식사는 소뼈를 맑게 곤 사골국.귀만 잘 안들릴뿐 잔병 없이 정정하신 시어머니가 국물에 밥을 척 말아 잘 먹는 모습을 보는게 큰며느리인 金씨에겐 아침을 맞는 가장 큰 기쁨이다.

金씨의 50평생 시집살이는 강원도횡성군 화전민 마을에서 시작됐다.먹을 것이 없어 나무뿌리를 캐먹어야할만큼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97세로 돌아가신 시할머니 병수발에서부터 시부모 봉양에다 젖먹이 시동생 돌보기도 모두 金씨의 몫이었다.30여년전 66세로 세상을 뜨신 시아버지 병석에서 대소변을 받아내야할땐 뒷간 구석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던 일도 회고했다.金씨는“시어머니 성격이 보통이 아니야.곳간 열쇠 물려받은게 5년밖에 안됐으니.하지만 요즘은 왜그리 약해지시는 걸까”하며 눈물지었다.

5년전 5남1녀중 집안 유일한 대학생인 막내아들(26) 뒷바라지를 위해 서울로 올라와 정착한 金씨는 경로당에 시어머니를 모셔놓고 뻥튀기 행상을 나간다.

아파트에서 청소일을 하는 남편(67)의 수입만으로는 살림살이가 어렵기 때문.노점상 단속나온 동사무소 직원이 金씨의 사정을 듣고 단속은 하지 않고'할머니가 할머니를 모신다'는 미담사례로 보고해 훈장을 타게 됐다.

“젊은 여자들 시부모 모시기 싫어하는 거 잘 알지.그래서 내 고생 며느리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다 나가서 살게 했어.” 金씨가“어머니 오래 사세요”라고 말하며 시어머니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자 시어머니 李씨는“착한 내 며느리”하며 활짝 웃는다. 강홍준 기자

<사진설명>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김옥수씨가 시어머니 이광수씨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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