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치인과시민대토론회>6. 이한동 신한국당 고문 - 질의.답변 요지 (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앙일보 지령(紙齡)1만호를 기념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중앙일보.문화방송 공동개최) 6일째(8일)는 이한동(李漢東)신한국당 상임고문 차례였다.5,6공에 이어 문민정부에 이르기까지 집권당의 원내총무(3회).사무총장.정책위의장등을 역임했으며 내무장관.국회부의장등 요직을 두루 섭렵한 李고문의 처세는 좋은오히려 패널리스트들의 좋은 공격거리였다.그러나 李고문은“그때 그때 최선을 다했으며 국가발전에 기여했다”고 받아치며 자신의 사상과 국가관을 역설했다.토론장을 찾은 시민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한 지지자들은 사회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李고문이 선방(善防)할 때마다 박수로 호응,李고문과 지지자들 사이의 끈끈한 유대를 다시 한번 확인케 했다.

-'정치지도자는 사상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는데 확인도 안된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다.사상만이 아니라 국가지도자의 자격인 경륜.위기관리능력.도덕성등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원론적인 차원에서 거론했다.” -그러나 세간에 당사자로 거론된 이회창(李會昌)대표.이수성(李壽成)고문등은 즉각 반발했다.

“언론에 특정인을 겨냥한 색깔론이 아님을 해명했다.또 이수성고문과는 저녁을 함께 하며 그 문제에 대해 충분히 얘기했고 아무 오해도 없다.” -그렇지만 李고문은 언론에 정정보도신청을 요청하지도 않았고 국민들도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혹시 이러한 상황을 즐기고 있지는 않는가.“극히 원론적 말이었으니 정정보도를 요청할 이유는 없었다.하지만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은 일반론의 측면에서 국가지도자들은 사상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한반도에는 아직도 냉전의 논리가 상존하고 있다.이번 황장엽(黃長燁)비서 망명을 통해 북한의 대남(對南) 기본전략이 변하지 않고 있고 남한 정부안에까지 다수의 고정간첩이 침투해 있다는 발언을 들을 때 국가지도자는 국민적 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의지와 체제정통성을 확신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황장엽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최소한 黃씨가 사회주의자인 것은 틀림없다.그가 밝힌 망명 동기와 배경에는 그 부분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없다.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 -이른바 북풍(北風)이 불면 마녀사냥식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곤 했다.李고문이 제기한 색깔론이나 만약'황장엽 리스트'가 공개된다면 북풍이 불 가능성이 없겠는가.또 이 경우 보수우익의 대표를 자임하는 李고문이 상대적으로 유리하지 않겠는가.“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나 안보상황을 국내정치에 이용했지 지금은 안된다.설령 황장엽 리스트가 나와도 국가안보차원에서 대응해야지'정략적 이용이나 대선에서 활용하는 것은 여야 모두 피해야 한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정태수(鄭泰守)한보총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대선자금은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는가.“아직은 의혹단계일 뿐이다.명명백백하게 진실이 규명된 이후에 처리해야 할 문제다.대선자금 공개와 관련해 여야에서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는데,대선자금 처리에 우리 정치와 국가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생각한다.” -92년 대선 당시 민자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했는데 대선자금 규모를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지 않겠는가.“당시 부위원장의 총수가 50명이 넘었고 정원식(鄭元植)선거대책위원장 밑에서 김윤환(金潤煥).이춘구(李春九).최형우(崔炯佑).정호용(鄭鎬溶)씨와 함께 상임부위원장을 했다.위원장단 회의에 두번 정도 참여했을 뿐 실무적인 자금집행에 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위치였다.” -누가 전모를 파악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 것 아닌가.“당시 부위원장이 힘이 없었던 모양이다.당의 실무를 본 사람들마다 알 수 있는 범위가 한정돼 있었다.” -모든 것을 아는 선장과 같은 역할을 맡은 사람이 없단 말인가.“후보 진영에서 쓴 자금,당 활동으로 쓴 자금,사조직에 들어간 비용등 여러 갈래로 지출됐을텐데 이를 모두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치자금에 관한 한 자유로운 정치인이 있을지 회의적인 분위기다.정치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가.“나를 포함한 우리 정치인 그 누구도 정치자금과 관련해 1백% 깨끗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그러나 金대통령이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이후 우리 당 의원들은 노력하고 있다.선거가 없는 해는 1억5천만원을 모금할 수 있다.매달 친지들로부터 위촉받은 변호사고문료로 5백만~6백만원,세비 6백만~7백만원을 받아 그럭저럭 꾸려나간다.1남2녀인 자녀들이 출가해 생활비는 많이 줄었다.” -월 5천만원 정도가 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게는 쓰지 못하고 있다.” -대선땐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계획인가.“여야가 어떠한 형태로 대선제도와 자금규모를 결론낼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현행법상으로 보면 후보별로 4백억원을 쓸 수 있다.정부 보조금,기업가.국민들의 지정기탁금,당 활동비등으로 선거자금이 조성될 것이다.또 대규모 군중집회를 지양하고 무질서한 홍보남발을 자제하면 현 법규정 안에서도 대선을 치를 수 있다.” -만일 신한국당 후보가 되면 선거 직후 자신의 선거자금을 공개할 용의는 있는가.“진솔하게,정직하게 국민 앞에 밝힐 용의가 있다.” -한보로부터 돈을 받은 여당의 대선예비주자들은 경선과 대선을 포기해야 한다고 보는가.“우리 의원들은 모두 조사받으러 가는 당사자 의원들과 동일한 심정이었다.그들만이 아닌 모든 정치인들의 도덕성이 추락된 것이다.이 자리에서 조사받은 대선예비주자들이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본인들이 양식에 의해 결정할 문제다.” -당내 징계를 건의할 용의는 없는가.“당헌과 당규가 정해져 있으니 책임당직자들이 협의해 결정할 것이다.” -李고문은 87년 이후 내각제와 대통령중심제에 대한 입장을 계속 바꾸어왔다.또 이회창대표 취임후에는'장기적으로 내각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金대통령이 대통령제 고수 방침을 밝힌 후 다시 대통령중심제로 돌아섰는데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87년 당시 민정당의 당론은 내각제로 원내총무였던 내가 이를 추진할 위치였다.그러나 평소 소신은 두 제도의 장단점을 가려 개별 국가가 정치풍토와 문화전통.주변안보상황을 감안해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그래서 우리 정세와 현실로 볼 때 위기관리기능 측면에서 통일전까지는 대통령제로 가야한다는 생각이다.내각제 주장 발언은 우리 헌법에 있는 내각제적 요소를 살려야 대통령의 권력집중으로 발생한 한보나 김현철(金賢哲)사태등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의정부와 포천을 잇는 도로변인 축석고개 근처에 李고문 명의로 '전두환(全斗煥)대통령 각하께서 길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비가 세워져 있는데.“사실이다.81년 처음 지역구의원으로 선거에 나갈 때 全전대통령이 양평으로 한수(漢水)이북 여당후보들에 대한 지원유세를 나왔다가 지역 숙원사업을 말하라고 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도로확장을 건의했다.이후 공약으로 채택됐다가 그대로 실천됐다.그래서 군민들이 고마워하는 마음을 대변인의 입장에서 담았다.그분이 12.12 군사반란과 비자금으로 사법처리돼 교도소에 있지만 지금도 포천군민은 정치성을 떠나 감사하고 있다.지역주민의 자연스러운 마음을 표출한 것이다.” -5.18특별법에는 찬성하고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두 전직대통령 사면에는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李고문 의견대로라면 사법부 모독 아닌가.“5.18특별법 입법과정에는 당 소속의원으로 참여했다.개인적으로 문제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도 당론에 따라야 하고 끝내 반대한다면 탈당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대통령의 사면권은 국가원수로서 갖고 있는 고유권한이니 대통령에게 맡겨야 하지 주위에서 관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그러나 언젠가는 대통령이 미래지향적 화합을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 자유로운 몸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통일이 될 때까지는 대통령중심제라고 말했는데 대선전까지 내각제를 말하지 않겠다는 의미인가.“대통령제도 4년중임제로 고려해 보는등 장기적 안목에서 내각제의 타당성을 연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연내 내각제 개헌주장은 한 일도 없고,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 안보는 지구상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우리 안보가 몇십년 전보다 악화됐다는 말인가.그 책임은 누가 져야한다고 보나.“안보상황이 어렵다는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전세계가 이념은 팽개치고 자기나라 잘 살고 국민들 잘 먹여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한반도는 그전의 남북관계보다 더 악화된 상황이다.지독한 냉전논리가 상존하고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갑자기 붕괴되거나 자포자기로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한반도처럼 불안정하고 걱정스런 나라가 없는 셈이다.미국도 안보가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중동과 한반도를 꼽는다.우리를 둘러싼 미국.러시아.일본.중국이 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고 있다.미국을 제외한 세나라는 우리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북한은 식량위기로 탈북자가 발생하는등 안보적 측면에선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점이다.” -그런 위기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국방비를 늘려야 하는가.“국방부의 남북한 군사력 비교와 한.미 연합전력내용등 북한 군사력에 대해 나름대로 정보와 지식이 있다.북한이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최선의 대비책은 방위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현재의 방위력은 독자적인 전쟁억지력이 부족하다.한.미 연합전력에 의거한 한반도 방위로 가면서 자주국방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경제력을 키워나가는게 시급하다.” -재벌의 경제집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한국정치와 정당의 1인 집중현상이 경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같다.대기업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도 인정해야 하지만 앞으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대기업은 업종을 몇가지로 전문화해 경영해 나가는 방향이 좋겠다.” -북한이 식량사정으로 어려운데 북한 주민들이 대거 휴전선을 넘어올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하겠나.“정부도 뭔가 연구단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그러나 아직 구체성 있는 계획은 없는 것같다.개인 입장에선 그런 일이 없도록 미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민간차원이나 국제기구를 통해 하고 북한체제가 붕괴되지 않도록 연착륙시키게 노력해야 한다.”

-왜 李고문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타주자에 비해 가장 강한

자질은 무엇이며 국민의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키겠는지 말해달라.“사람은

어떤 직종에 종사하건 한번 그 분야의 정상이 되어보겠다는 게 자연스런

정서다.나도 81년 정치를 시작할 때 나머지 여생은 고향의 흙에 보답하겠다고

생각했다.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16~17년간 정치를 하며 높은 차원에서

큰 정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갖게 됐다.내 강점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생각으로 나의 모든 걸 다바쳐 최선을 다할

정열이 있다는 것이다.특히 지역할거주의를 극복할 통합정치에 가장 긴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이회창대표를 겨냥해 정치아마추어로 어떻게

21세기에 대비할 수 있느냐는 말을 했는데 李고문 자신은 성숙한

정치인이라고 입증할 만한 업적이 있나.“그 얘기가 꼭 李대표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앞으로 국가의 모든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리더가 될 수 있다.특히 사회 각 분야를 이끌어야 하는 정치야말로 전문성과

오랜 경륜을 통해 경험이 축적된 분이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나는 세분의

대통령밑에서 원내총무를 세차례하며 어려운 일들을 많이

해결했다.6.10항쟁에서 6.29에 이르기까지는 물론 백담사에 간 전두환

전대통령을 청문회에 세운 게 나다.문민정부에서도

정치개혁입법.세계무역기구(WTO)가입안을 처리했다.” -경선에서 패배해도

탈당하지 않을 것인지 궁금하다.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총재와 개인적

친분이 두텁고 金총재는 내각제라면 어느 누구와도 손잡는다고 했다.李고문

자신도 내부문건을 통해 경선승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金총재와 손잡고

내각제를 추진하는 계획을 세웠다는 보도도 있었다.

“81년 정치시작부터 내가 몸담았던 여당이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그래도 정치운명을 같이 하고 있다.탈당을 얘기하는 것은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나는 金총재를 존경하고 그분도 나를 인정하는

입장이다.그러나 인간적으로 가깝다고 공적인 처신을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내각제는 한마디도 얘기한 게 없었고 나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최근 식량난으로 북한주민의 사정이 어렵다.우리 국민들의 지원

움직임도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현 정부의 대북지원과 관련,李고문이

대통령이라면 바꾸고 싶은 부분은.또 대북 쌀지원에 참여한 일이 있나.“현재

쌀지원은 민간기구를 통해 하고 있는데 좀 활성화시켜서 북한 주민이

고마워하는 마음을 파급시켰으면 좋겠다.그러나 보낸 쌀이 대포알이 돼서

넘어오지 않도록 구체적 보장을 튼튼히 해야 한다.특히 월남동포의 북한내

가족에게 우선적으로 식량지원이 됐으면 좋겠다.개인적으로는 초동교회를

통해 성금을 보냈다.” -검찰이 우리사회의 많은 비리를 제대로 수사 안해

불신이 깊다.검찰 바로세우기를 위한 특별검사제의 도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건국이후 검찰의 기능에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문제점도

많았다.내가 검찰에 몸담았을 때도 그랬지만 아직도 그런

상황이다.한보.김현철수사를 계기로 한국검찰이 정말 성역없는 엄정한

수사로 결론을 맺을 때이며 검찰이 한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그러나

영.미법 체계에서 나온 특별검사제는 대륙법 체계인 우리와 달라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김종혁.최훈.채병건 기자

<패널리스트>

▷권만학(權萬學) 〈경희대 국제관계학과교수〉▷박원순(朴元淳)

〈참여연대 사무처장〉▷이경숙(李景淑)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이두원(李斗遠) 〈연세대 경제학과교수〉▷임현진(林玄鎭)

〈서울대 사회학과교수〉 (이상 가나다순) 사회:김영희(金永熙) 중앙일보

국제담당대기자

<사진설명>

이한동 신한국당고문이 8일'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에서 멀티비전 화면에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린'청와대 가는 길'이 나타나 있는 가운데 대선경선에 나서는 자신의 포부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최정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