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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강화 프로그램 실효성 논란 확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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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몸이 천냥이면 9백냥에 해당된다는 눈.한번 눈이 나빠진 사람은 평생 안경이나 콘텍트렌즈에 의존해 살아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다.엑시머레이저.라식술등 최첨단 의술을 이용한 수술로 시력을 회복하기도 하지만 수술비가 고가인데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선뜻 시술받기는 어려운 형편. 최근에는 컴퓨터.TV등 영상정보매체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시력이 나빠진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눈영양제나 눈체조등이 각광받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눈운동으로 시력을 회복시킨다는 시력훈련원이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시력강화운동협회는 지난해부터 서울.대전.광주.대구등 전국 50여곳에'1.2시력강화교실'을 설치하고 눈주변의 지압.명상요법.눈깜박임운동.안근훈련법.원근교대응시법등을 통한 시력회복훈련법을 보급하고 있다.수강료는 주5회 훈련의 경우 월15만원,주3회는 월10만원이며 현재 전국적으로 3천여명이 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한국시력강화운동협회 정용민(鄭龍敏)이사는“먼 곳.가까운 곳을 번갈아 보는 것을 반복하면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근육인 모양체근의 조절능력이 커져 시력이 회복된다”며“미국.일본.중국.싱가포르등 외국에서는 시력회복을 위해 눈체조.안구운동등을 가르쳐주는 전문훈련기관이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안공(眼功)이라는 지압과 눈체조를 결합한 형태의 시력강화프로그램을 개발해 학교 교과과정에 포함시키고 있고 일본에서는 시력관리기관인 아이센터가 30여년전부터 전국적으로 활성화됐다는 것.鄭씨는“눈은 좋아질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시력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1.2시력강화교실 일산지부 김동성(金東晟)원장은“시력이 0.5정도인 어린이의 경우 한두달 훈련만으로 1.0이상으로 회복되곤 한다”며“개개인의 체질이나 훈련노력에 따라 회복기간에 다소 차이가 나긴 하지만 반드시 시력회복 효과가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에대한 안과의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서울대병원 안과 이진학(李鎭學)교수는“눈운동을 반복하면 수정체 조절능력이 향상돼 시력이 일시적으로 어느정도까지 높아지기도 한다”고 일부 효과를 인정하기는 한다.그러나“아령을 열심히 해서 알통을 만들 수는 있지만 체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수정체의 굴절력이 안구 길이와 맞지 않아 생기는 시력저하 상태인 환자가 눈운동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논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운동은 어디까지나 운동일뿐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기 때문에 눈운동을 중단하면 다시 원래 시력으로 되돌아간다는 것. 또 李교수는“근시나 원시같은 수정체 굴절이상 뿐만 아니라 녹내장.백내장.망막박리등 안질환 때문에 눈이 나빠지는 경우도 많은데 전문의의 진단 없이 눈운동만으로 시력을 회복하려다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훈련에 의한 시력회복 효과는 일부 인정되기는 하지만 완전한 치료법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반드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다. 이지영 기자

<사진설명>

'1.2시력강화교실'에서 눈운동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3~6개월동안 눈운동을 해주면 시력이 1.2까지 높아진다는 주장에 안과의사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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