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 등에 올라탄 애비타' - 연세대 시국풍자 모의국무회의 말말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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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김현철 주연,김현철씨 친아버지가 특별출연한'애비타'(애비의 등에 올라탔다는 뜻)는 우리 정서에 가장 근접한 사실주의 기법의 영화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바 있으며 비디오시장 진입 첫주만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7일 오후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축제의 일환으로 연세대 행정학과가 주최한 모의 국무회의에서는 현철씨 비리와 한보사태.정경유착등 최근의 시국상황을 빗댄 풍자가 단연 인기였다.

“한보사태가 어디 경제적 문제입니까.한보사건의 뿌리는 92년 대선자금에 있다는 설이 있습니다.” 한 국무위원이 목소리를 높이자 다른 국무위원은 금융실명제가 전(全).노(盧)대통령의 비자금을 밝혀냈을뿐 지하경제에 묻혀있는 검은 돈은 잡아내지도 못하고 고소득층의 과소비행각만 부채질했다며 금융실명제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왜 다른 사람은 몇 억원씩 주면서 나는 사과상자밖에 안주는 거야.”“일단 열어보라니까….” 사이사이에 이어지는 풍자는 4백여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칼국수 좋아한다니까 더 미워지는군요.칼국수 전문요리사가 있질 않나,칼국수 재료가 일반 요리 재료보다 더 비싸질 않나.” 이날 모의 국무회의는 퇴임후를 대비해 조용한 교회를 준비해 뒀다는 한 참석자의 말에 대통령이“내가 교회에서 유배생활이나 하려고 대통령된 줄 알아.역사에'문민대통령'으로 길이 남고 싶었다고…”라고 절규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행사를 준비한 배현주(裵賢珠.21.여.행정3)씨는“현 정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희망사항을 표현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장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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