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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재경원·한은 갈등 언급한 M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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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일 오전 7시30분 청와대 지하벙커 내 회의실. 60㎡(18평) 남짓한 공간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 19명이 둘러앉았다. 모두 현 정부의 경제정책 책임자와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로 입을 뗐다. 그의 뒤론 ‘위기를 기회로!’라는 표어가 붙어 있었다.

첫 비상경제대책회의 장면이다. 회의는 이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비상경제정부 체제’를 선언하면서 구성됐다. 앞으로 매주 한 차례 열릴 회의에선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재정부 장관·금융위원장·한은 총재·경제특보·경제수석·국정기획수석과 국민경제자문위원 2~3명이 고정 멤버가 된다. 이날은 첫 회의인 데다 실물경제 활성화가 의제여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홍석우 중소기업청장,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윤증현씨 등 4명의 국민경제자문위원도 나왔다.

회의는 이처럼 ‘경제정책 책임자 총동원 체제’로 진행된다. 이 대통령은 주재에 앞서 “시급한 결정이 필요한 현안, 부서 간에 급히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안건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책상 위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문제는 여기서 책임진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 말처럼 경제난국 극복에 관한 최종적인 의견조율이 (앞으로)이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정리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장의 체감이 반영돼야 하며, 살아 있는 회의가 돼야 한다”며 “특히 통계의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과거 재경원과 한은 간에 대립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며 “국가적 위기에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했다.

2시간에 걸친 회의에서 이윤호 장관은 “중소기업들의 설 전후 자금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공기관의 대금결제 등이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서 노력해 달라”고 다른 부처에 협조를 구했다. 또 경제자문위원들도 “은행들과 신용보증기금 간에 대화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충고를 내놓았다.

이날 회의는 ‘경제 워룸’으로 불리는 비상경제상황실 옆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열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상황실을 지하에 마련한 데 이어 회의까지 지하벙커에서 연 것은 달리 마땅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편하게 점퍼 차림으로 회의를 할까도 했지만 ‘쇼 한다’는 여론이 있을까 봐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회의에 앞서 빵과 떡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했다. 회의 뒤에는 비상경제상황실도 함께 둘러봤다. 상황실에는 ‘철저한 확인! 신속한 대처! 튼튼한 경제!’라는 표어가 붙어 있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또 이곳에서 이 대통령은 이수원 상황실장에게 “고생하겠지만 어려울 때 경제상황을 총괄 점검하고 대응책을 세우는 게 보람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격려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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