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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살려 인구 유출 막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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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전남 강진군 작천중 3년 김주희(15)양은 5일 필리핀으로 떠났다. 또래의 학생 17명과 함께 밤반시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현지 중학교에서 다음달 20일까지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다. 8일에는 박진천(15·강진중 3년)군 등 12명이 6주 동안 영어공부를 위해 미국 스노콜미시에 있는 중학교로 갔다. 강진군이 비용 1억2000만원을 대고, 지역 8개 중학생 30명을 뽑아 단기 연수를 보낸 것이다.

전남 강진군이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외국어타운에서 초등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외국어타운은 지난해 군으로부터 3억3100만원을 지원받아 4400여 명을 가르쳤다. [프리랜서 오종찬]


강진군은 초등학교 5, 6학년 112명과 중학교 1, 2학년 193명을 대상으로 4주 과정의 영어·수학·국어 보충학습도 실시 중이다. 강사 수당 등 비용 5000만원을 군이 부담하고, 학생들은 공짜로 공부한다. 학부모 황해련(46)씨는 “초등학교 졸업반인 아들을 마땅히 공부시킬 곳이 없어 고민했는데 특별 보충학습을 시켜줘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 충남도는 현재 도내 100개 초등학교에 배치된 영어 원어민 교사를 3월까지 71개 교에 추가로 확대한다. 충남도 김하균 기획관은 “읍·면 지역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에서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남아공 출신이 영어를 가르치게 된다”며 “올해 사업비 85억5000만원 중 30%는 도, 50%는 시·군이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 경북 봉화군은 고교 2학년생 17명에게 경비의 70%를 지원, 5일부터 5주간 서울 유명 학원에서 숙식하며 심화 강좌를 수강하도록 했다. 전북 장수군은 7개 중학교로부터 추천받은 30여 명을 5일 경기도 일산의 입시학원에 보냈다. 장수군은 학생들이 23일까지 묵을 숙소를 얻어 주고, 식비·교통비와 체험학습비도 지급한다. 장수군 행정지원과 김동철씨는 “지역에 변변한 학원이 없는 데다 도시 학습이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도시 학원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농어촌 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가 적고 교육환경이 나쁘기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교육에 대한 투자와 행정력 지원을 늘려 초·중·고교 학생 교육까지 직접 챙기는 자구노력에 나서고 있다. 전남대 오재일(행정학) 교수는 “지자체들이 교육투자를 통해 지역인재를 잡아야만 인구 유출도 막고, 나아가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의 경우 올해 1억6000만원을 들여 지역 중학교 2학년생 22명을 지난달 20일 미국 미주리대에 4주 코스 어학연수를 보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중학생 1272명을 대상으로 운영한 영어캠프에서 성적이 좋았거나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뽑혔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도시와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농어촌에서 교육 질을 개선하지 않고선 인구 유출 문제를 풀 수 없다”며 “교육은 지자체가 적은 투자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강원도와 태백시 및 영월·평창·정선군은 모두 2억2400만원을 연세대 원주캠퍼스에 지원해 12~24일 중학교 1, 2학년 450명에게 하루 8시간씩 영어회화·논술·과학실험 공부를 가르치도록 했다. 2005년부터 연간 8억원을 들여 중·고생 180명을 집중 교육하는 합천군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5년 중학교 졸업생 526명 중 40%(213명)가 대구·진주 등에 있는 고교로 진학했으나 지난해에는 전체 421명 중 16%(70명)만 다른 지역 고교로 갔다. 합천군 교육지원담당 김주보(39)씨는 “해마다 수천 명씩 줄던 인구가 교육투자가 본격화된 2006년 이후엔 매년 수백 명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석·김상진·황선윤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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