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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이태백 ⑩] 좋은 대인관계는 구직자 제일 덕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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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솔그룹 고명호 인사담당 상무

중견 그룹인 한솔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냈다.취업난을 반영하듯 명문대생과 외국 석박사 등 우수 인재들의 입사지원서가 끊임없이 들어 왔다.마감을 하고 보니 2000여명이 몰렸다.채용 계획은 기껏해야 100여명 내외.

어떻게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가려낼 수 있을까.일단 서류 전형으로 절반을 걸렀다. 남은 1000명은 전공과 인성 두 단계로 나눠 면접을 실시했다.결국 최종 100여명 뽑았다. 이중 이공계와 인문계 비율은 60대40이었다. 한솔의 신입 첫해 연봉은 2500만원 수준. 대기업중 중간 정도다.

한솔 그룹의 채용 기준과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고명호 인사담당 상무를 만났다. 그는 20년 이상 인사를 맡아온 전문가다.그가 밝힌 신입사원 채용 기준은 상당수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원칙이라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떤 사람이 회사에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하십니까.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문성과 사회성'을 구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단 영어 등 어학실력과 컴퓨터 사용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문제는 이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조직의 일원으로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 선배 사원들과 융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입사 2년 이내에 약 10~20% 정도가 그만 둡니다. 이들 대부분은 능력이 떨어지는 것 보다는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입사원 전형을 하면서 느끼신 점은.

"학교 성적이 좋고 토익 성적이 900점 정도 넘으면 '입사OK' 보증수표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그 점수인데 왜 뽑지 안느냐고 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실제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점수가 전부가 아닙니다.이런 점수는 서류 전형때 사용할 뿐입니다.토익의 경우 2등급 정도,그러니까 750점 정도면 문제가 없어요.학점도 중상 정도면 그만이구요.

면접은 이같은 점수가 별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입사 이후 1년 정도는 독자적으로 판단해 할 만한 일이 별로 없습니다. 쉽게 말해 조직에 적응하는 시간이거든요.점수보다 대인관계와 적응력,긍정적 사고가 중요합니다."

-면접할 때는 어떤 점을 주로 보나요.

"거창하게 말하면 스스로를 계발하고 성장하는 학습인이라는 관점이 중요합니다.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 긍정적 사고를 하고,동료를 배려할 줄 아는 인간형이라고나 할까요. 인성 면접때 5명씩 자유 토론을 시킵니다.이때 대충 인간형이 드러납니다.토론 과정에서 자신 만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구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토론도 잘 이끌어 가는 학생도 있습니다. 회사에선 당연히 후자를 뽑지요.첫 인상과 도전 정신,창조성 등도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입니다.옷차림은 보통 수준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옷으로 너무 튀는 것은 무언가 다른 것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수도 있거든요."

-면접때 피해야할 사항은.

"자기 자신을 PR하는데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마이너스 입니다.특히 회사를 잠시 거쳐가는 방편으로 생각하는 대답은 절대 금물입니다.예를 들어 '고시 공부를 하다가 잠시 회사를 생각해 봤다'는 지원자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오래 근무하지 하고 중도에 그만 둘 확률이 많다고 봐야죠.회사는 적어도 20,30년 이상 장기적으로 근무하는 사람을 뽑는게 원칙입니다."

-소위 학벌은 어떤 요소인가요

"세칭 명문 대학 출신자는 서류 전형때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그렇다고 면접때 명문 대학 출신이라고 봐 주는 것은 없습니다. 단지 고려 사항일뿐 입니다.명문대생들도 면접때 많이 떨어집니다."

-지방 대학생들은 차별받는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한솔의 경우 전주.대전.장항 등 지방 사업장이 많습니다.그래서 전주의 경우 전북대 등 지방대학생들을 우대하고 있죠. 채용 단계부터 지방 사업장 근무를 명기하기 때문에 오히려 서울 지역 학교보다 해당 지역 출신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서울 근무도 지방대생이 서류 전형만 통과하면 면접에서는 차별하지 않습니다.지레 지방대생들은 겁을 먹고 소극적으로 면접에 임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사 지원자들의 서류를 보면 명문대뿐 아니라 외국 석.박사도 줄줄이 있다고 하는데.

"회사가 원하는 인재형 보다 자격이나 실력이 너무 높은 경우도 오히려 감점입니다. 외국어 등이 화려해도 기대수준이 너무 높으면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 쉽게 그만두거든요. 그런 경우가 매년 한두명씩 꼭 있습니다.회사의 대우와 본인의 눈높이가 너무 차이가 나면 채용하기 곤란합니다."

-이태백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학교 성적이나 영어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인성을 키우는 활동에 투자했으면 합니다.서클이나 봉사 활동 등에서 대인 관계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근본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해서 생긴 이택백들을 보면 우선 안타깝다는 마음이 듭니다.좀 더 여유를 갖고 현재의 회사 이름 보다는 미래를 위해 땀을 흘릴 가치가 있는 직장을 찾았으면 합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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