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자금 공개싸고 티격태격하는 與圈 - 이회창 대표.청와대 다른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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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 내부에서 대선자금 공개여부를 놓고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대표를 비롯한 당내 경선주자,청와대와 박관용(朴寬用)사무총장,민주계등이 제각각 입장을 달리하는 양상이다.

朴총장은 2일“대선자금은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현재로선 증거자료도 없다”며 불공개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朴총장은 하루 전날인 1일 청와대 관계자와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따라서 朴총장의 발언은 여권의 최종 방침으로 봐야 할것 같다.

朴총장은 또 전날 李대표가 중앙일보.MBC주최의 토론회에서“여야 모두 대선자금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데 대해“대표가 아닌 경선주자의 입장일 뿐이고 대표도 (공개 불가입장을)이해하고 있다”고 李대표 발언의 무게를 격하했다.

강인섭(姜仁燮)정무수석은“오는 6월의 임시국회서 돈 안쓰는 선거를 위한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해 제도개선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여론의 방향을 돌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작 李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朴총장이 내린 해석과는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李대표는 고위당직자 회의에서“나의 입장표시가 대표자격이냐,경선주자로서의 발언이냐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말해 여당대표 자격으로 말했음을 거듭 밝혔다.여야 모두 대선자금을 공개해야 한다는 당초 입장에서 후퇴하지 않을 뜻임을 암시한 것이다.

박찬종(朴燦鍾)고문도 2일“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며 대선자금 논쟁에 뛰어들었다.

金대통령이 이 골치 아픈 문제를 떠안고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계는 이와는 또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서석재(徐錫宰).김덕룡(金德龍).김정수(金正秀).서청원(徐淸源).김운환(金운桓)의원등 민주계 중진 5명은 2일 오전 시내 모호텔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정치권이 과거 대선자금의 공개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것은 시국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미래지향적 논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한 쿠데타'를 단죄했던 현정권은 '성공한 선거'의 후유증에 중병을 앓고 있다. 김종혁.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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