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産 LG TV.중국산 삼성냉장고 해외공장생산 가전품 국내 역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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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LG.삼성.대우등의 해외공장 생산제품들이 국내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국산브랜드=국내산'이라는 등식이 깨어지고 있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국내시장에 첫선을 보인 LG전자의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VCR가 올들어 월6천~8천대가 들어와 판매되고 있다.이는 LG전자 내수용 VCR의 20%를 차지하는 물량이다.또 원산지가 북한인 LG전자 TV도 지난해 월 1천2백50대씩 도입되다가 최근에는 월 1천5백대로 늘어났다.

삼성전자도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냉장고를 다음달중 2천대를 도입,시판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중으로 5만~6만대 가량 들여와 판매할 예정이다.

오디오 시장의 경우 지난 95년 중반부터 중국 현지공장 생산분이 들어오기 시작해 올해 1분기 3개월동안 삼성.LG.대우 브랜드 가운데 5대중 3대가 중국산일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가전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수출시장 공략을 위해 해외현지로 진출한 공장에서 이처럼 대규모 물량이 국내로 역류되고 있는 것은 가격경쟁력에서 국내산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LG의 2헤드짜리 중국산 VCR(모델명:LV180)는 수송비.관세등을 물고도 같은 성능의 국내산 제품(LV170)보다 1만5천5백원이나 싼 29만4천원에 팔리고 있다.

이달부터 시판에 들어갈 중국 쑤저우(蘇州)공장 조립 삼성전자 1백70ℓ짜리 냉장고의 경우 초기판매 가격은 28만6천원으로 국내에서 생산할 때와 비슷한 가격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고명일부장은 “1년쯤 지나 초기투자비용이 어느정도 회수되면 10~15%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 애국천연색TV공장에서 조립된 LGTV 20인치짜리(CNR2009N)는 물량이 적어 동급 국내산(CNR2009)과 같은 27만8천원이다.LG측은 품질도 비슷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가전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아직 품질이 국내산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오디오의 경우도 CD 3개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는 미니콤퍼넌트가 국내산이 35만원선인데 반해 중국산 LG전자 미니컴포넌트(F-M100CD)는 26만9천원에 불과하는등 국산에 비해 20%이상 싼 값에 팔리고 있다.

LG전자 조병구 부장은“도시바.소니등 외국 유명브랜드들이 동남아산 단순기능 저가품으로 한국시장을 교란시키고 있어 시장방어 차원에서 보급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향후는 고급품 시장도 해외산으로 차츰 대체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사진설명>

해외 현지공장에서 만들어진 국산브랜드 가전품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국내시장으로 거꾸로 쏟아지고 있다.사진은 한 백화점의 가전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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