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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묘역 17년만에 민주성지 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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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해와 달이 빛나는 의혈의 고장 빛고을 여기, 5월의 풀뿌리 꽃넋들 누워 민주의 횃불로 타오른다 불의를 무찔러 정의의 칼이 되고 고운 피 흘려 사랑의 꽃을 피운 그 이름 영원한 자유의 불사조 천추에 그 기상 무등을 겨루리라 만고에 그 업적 길이길이 푸르리라 오 찬란히 타오르는 5월의 불꽃이여 빛나는 영원한 민주의 깃발이여.” 5.18 신묘역에서 무등산을 바라보는 광주민중항쟁위령탑에 새겨진 문병란(文炳蘭.조선대 교수)시인의 헌시(獻詩)다.

소설가 송기숙(宋基淑.전남대 교수)씨는“광주민중항쟁은 겨레의 가슴 속에 장강대하로 흐르고 있던 민족의 자주적 발전과 민주화의 열망이 장엄하게 분출한 사건…”이라는 기념탑문을 헌사했다.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5.18 관련자들의 사법처리,국가기념일 지정과 함께 5.18묘역 성역화사업이 마무리되고 있다.몇 해전만 하더라도 당국의 감시 속에'초라한 망월동'을 참배했던 국민들이 역사의 심판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민주성지로 변모되고 있는 것이다.

5.18 신묘역은 국고 2백61억원을 들여 94년11월 현 망월동묘역옆 5만평 부지에 착공됐다.

국내외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묘지공원이 될 신묘역은 크게 진입.기념.참배.체험공간등 4개 주제별로 구성됐다.

먼저 정문을 통해 민주광장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조형물이 높이 40짜리 대형 위령탑(조각가 文基彦씨 제작).범우주적으로 승화되는 5.18정신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두 손을 모아 떠받든 탑상부 난형(卵型)은 부활과 새생명의 탄생을 상징한다.

위령탑 앞에 마련된 참배단 뒤편이 민주화를 외치다 숨져간 희생자(1차분 2백66기)가 새롭게 안장될 묘역이며,우측에 위패와 영정을 모신 유영봉안소가 있다.

이에 따라 신묘역에서 열릴 17주기 추모제와 기념행사는 한(恨)을 토해내던 과거와는 달리 그날의 숭고했던 대동 한마당과 민주정신을 되새기는 의미있는 행사로 자리매김될 전망이다.

특히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17년만에 정부가 주관할 5.18행사는 국무총리등 3부 요인을 비롯,차관급이상 공직자.각계 대표.기관장.유족대표등 공식 인사만 2천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처럼 묘역 성역화와 5.18의 사법적 단죄등 광주시민과 국민의 바람이 어느정도 마무리되고 있다.그러나▶암매장 실태▶양민학살 현황▶정확한 희생자 수등 아직도 많은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채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다.미완의 과제는 이제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 됐다. 광주=구두훈 기자

<사진설명>

지난달 30일 완공된 5.18신묘역 전경과 시민항쟁을 형상화한 5.18 조형물. 광주=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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