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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평가원 서버 200여 차례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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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9학년도 수능성적 분석자료 유출 과정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서버가 200여 차례나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된 내용도 당초 알려진 수능평가 분석자료뿐만 아니라 내부 자료 상당수가 포함돼 있었다. 평가원 측이 허술하게 서버를 관리했기 때문이다. 6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평가원 서버의 접속 기록을 조사한 결과, 입시업체인 I사의 김모(40) 팀장이 2007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평가원 서버에 200여 차례 접속했다. 김씨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었다.

◆어떻게 뚫렸나=김씨가 평가원 서버를 뚫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김씨는 2007년 8월 평가원 직원 A씨의 e-메일에 접속했다. 아이디는 인터넷에 공개된 보도자료를 통해 얻었다. 비밀번호는 보안에 전혀 도움이 안 됐다. A씨의 비밀번호는 아이디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후 50여 차례에 걸쳐 다른 직원들의 아이디로 접속을 시도했다. 그러던 중 관리부 소속 B씨의 e-메일에 로그인할 수 있었다. B씨의 비밀번호는 한글 이름을 영문 자판으로 입력한 형태였다. B씨의 e-메일엔 다른 직원 다섯 명의 비밀번호가 입력된 문서파일이 첨부돼 있었다. e-메일 서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B씨가 다른 직원들의 접속 정보를 잠시 관리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비밀번호는 모두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였다.

이렇게 해서 김씨는 1년여 동안 평가원 서버에 접속해 e-메일에 첨부된 평가원의 내부 자료 16건을 다운로드했다. 김씨가 빼낸 자료엔 시험업무 계획, 수능 답안지 판독 계획, 결시자 현황, 채점회의 일정 등 내부 비공개 자료가 가득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평가원 직원 7명의 접속 정보를 확보한 뒤 유리창처럼 평가원 내부 사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유출한 정보들을 입시정보업체인 비상에듀 측에 전달했다. 비상에듀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수능성적이 공식 발표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9일 영역별 평균 등 분석자료를 먼저 공개했다.

김씨는 평가원 고발로 수사가 착수된 12월 10일 이후에도 평가원 서버에 네 차례 접속했다. 수사망이 좁혀지자 7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파쇄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지난달 말 김씨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이번 주 중 사건을 송치받아 김씨와 비상에듀 진모 이사 등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키로 했다.

◆허술한 관리 막으려면=정부는 행정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보안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관리도 소홀했다. 국가정보원이 2007년 97개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 정보 보호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곳은 24%뿐이었다. 또 보안업무 종사자 중 관련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11%였고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20%에 불과했다.

최형기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에서 네트워크 보안의 가장 기본인 아이디와 패스워드 관리가 너무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e-메일의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보안메일 사용 ▶외부 접속 제한 ▶보안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평가원 측도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던 소속 직원들의 e-메일을 삭제했다”며 “외부 접속을 차단하고 비밀번호를 강제로 변경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유미 기자

평가원 직원의 비밀번호, 아이디와 동일 #입시업체 팀장 쉽게 접속 … 수능 자료 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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