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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 다리에 선 문정수 시장 김현철.大選자금 걸고 넘어지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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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정수(文正秀.사진)부산시장이 검찰의'정태수 리스트'수사에 반기를 들었다.그는 김현철(金賢哲)씨 청문회가 진행된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정국의 최대현안인'김현철 의혹'과'대선자금'을 한꺼번에 건드린 것이다.

文시장은“2002년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부산경마장 유치를 부산.경남이 공동으로 하게된 것은 김현철씨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또“(내가)선거전에 받은 자금이 문제가 된다면 92년 대선자금도 처벌 대상”이라는 취지의'폭탄성'발언마저 서슴지 않았다.

文시장은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26일“본의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까지 지낸 그의 이력에 비춰보면 그의 발언에는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즉 한보로부터 사과상자에 든 현금 2억원을 받은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죄어오자 여권 핵심부와 검찰 수뇌부에 자신이 알고 있는 대선자금 내용등을 무기로 반발한 것이란 시각이다.

기자간담회를 전후한 대검 중앙수사부의 움직임을 곁들이면 이해가 한결 쉽다.

25일 오후10시쯤 대검 청사에는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를 출발한 검은색 승용차 한대가 비상등을 켠채 도착했다.

이 승용차에는 94~96년 부산시의회 속기록 16권이 실려있었고 이 속기록은 곧바로'정태수 리스트'를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로 직행했다.또 24일 밤에는 文시장에게 문제의 사과상자를 전달했던 당시 한보철강 이용남(李龍男)사장이 전격 재소환돼 철야조사를 받았다.

이같은 움직임은 文시장이 한보로부터 받은 돈은 정치자금이 아니라 한보철강 부산공장 부지를 아파트 부지로 용도변경하기 위해 당선이 확실시되는 여당의 시장 후보에게 한보측이 미리 건넨 뇌물이라는 검찰의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다.

검찰 관계자도“정치자금을 왜 사과상자에 넣어 주고받느냐”면서“지역감정의 골이 깊은 정치 상황상 여당 후보에게 비정상적 방법으로 준 돈의 성격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말해 文시장에 대한 구속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한보사건 수사 축소를 지시한'메모지 파동'이후 검찰은 수사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신한국당 박주천(朴柱千)의원이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한 국민회의 장재식(張在植)의원등'정태수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정.관계 인사들의 비리 혐의를 캐는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수사팀 분위기는'여당 관계자중 사법처리 대상자가 나오기 어렵다'거나'많아야 정치인 2~3명이 불구속기소될 것'이란 항간의 소문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따라서 文시장의 발언에도 불구,'정태수 리스트'수사 결과는 재경.통산.건교위 소속 14,15대 의원 상당수의 구속 사태를 몰고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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