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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 동물들 산란.발정기 맞아 싸움잦아 - 사육사들 '봄은 잔인한 계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악어들의 취침점호(?)를 하는 서울대공원의 사육사들은 요즘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다.

산란기를 맞은 악어들이 야외사육장 한켠에 마련된 으슥한 숲속으로 자취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악어들은 경쟁적으로 알 낳기 좋은 곳을 찾아 필사의 탐색전을 펼치다 우리를 벗어나는 과감한 탈영(?)을 시도하기까지 해 사육사들은 밤낮으로 2~3명씩 조를 이뤄 수색작전에 돌입하기도 한다.

사육사들을 고달프게 하는 것은 악어 뿐만이 아니다.

긴 겨울을 실내에서 보내고 야외사육장의 따뜻한 공기를 쐬면서 발정기에 접어든 낙타와 얼룩말들도 골칫거리. 멋진 이성(異性)을 둘러싸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싸움판이 이곳저곳에서 벌어져 사육사들은 싸움말리기에 여념이 없다.

또한 힘에 밀려 먹이도 제대로 찾아먹지 못한 낙타.얼룩말들을 데려다 덩치가 작은 그레이트 쿠즈(영양의 일종).워터 벅(소과 초식동물)과 식사시간 동석(同席)을 유도하느라 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사육사들의 몫.그러나 사육사들의'잔인한 봄'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2천여평 사육장에 한마리당 하루 25㎏의 분비물을 싸는 코끼리의 뒤치다꺼리와 오락가락하는 봄날씨에 호흡기질환이 잦은 열대동물들을 우리에 되가두고 치료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공원의 이규학(李圭學)동물부장은“1백여명에 달하는 사육사들의 출근시간은 오전9시지만 요즘은 오전7시30분에 나와 동물들을 보살피고 밤에도 야근자들의 일이 그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은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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